☞ "[단독] 외국인 뮤지컬 배우, 마약에 취해 공연" 뉴스 다시보기
지난 2월 18일, 외국인 배우 4명이 검찰에 체포됐습니다. 대마수지(해쉬쉬)를 흡입한 혐의 때문이었죠.
대마초와 해쉬쉬가 뭐가 다른가 싶은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흔히 대마초라고 불리는 마리화나는 대마를 말린 걸 말하는데요. 이 대마초를 농축해서 덩어리 형태로 만든 걸 대마수지, 해쉬쉬라고 합니다. 마리화나보다 환각효과가 3~4배 정도 강하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해쉬쉬를 농축해서 기름형태로 만든 게 해쉬쉬 오일인데요.
그러니까 환각 강도로 따지면 1)마리화나 2)해쉬쉬 3)해쉬쉬오일 순서가 이렇게 되는거죠.
해쉬쉬는 담배처럼 그냥 피우기 너무 강해서 보통 물에다가 연기를 한 번 희석해서 그 걸 흡입한다고 하더군요. 자세한 수법을 보여주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그저 담배 정도 피우는 거 아닌가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서 적나라한(?) 실상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감수하겠단 마음으로 넣은 거고요.
이 외국인 배우들은 한 유명 뮤지컬 때문에 지난 1월 11일 한국에 입국한 사람들이었습니다. 2월 초 공연이 시작될 때까지 보름 이상 연습을 했는데, 해쉬쉬는 1월 말에 두 번, 2월 13일에 한 번 이렇게 피웠고요. 15일에는 스페인에서 국제우편을 통해 헤쉬쉬 4.94g을 밀반입하기도 했습니다.
밀반입 방법은 다름 아닌 '국제우편'을 이용했고요. 세관이 공항검색대에서 이 해쉬쉬를 찾아냈고, 바로 검찰에 통보를 했습니다. 검찰과 세관은 이 우편이 그냥 배달되도록 내버려뒀지요.(보통 검거를 위해 그렇게 합니다.) 그리고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 우편을 배달받는 외국인 1명을 체포한 겁니다.
이들은 주당 1,400유로에 1일 숙박과 교통비 조로 10만 원씩을 받고 있더군요. 공연 기획사가 한 프로덕션과 계약을 하고 프로덕션이 이 사람들을 고용한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한국 배우들만으로는 이들의 무용이나 연주를 단기간에 따라잡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꽤 괜찮은 대접을 하고 모셔온 모양입니다. 기획사 관계자는 스페인 국립발레단 정도의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이 공연에 투자된 금액은 40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공연 1달 전에 극장을 대관해서 연습도 직접 무대에서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외국인 배우는 악단을 포함하여 총 19명이 와 있더군요. 문제가 된 사람들은 여자 1명, 남자 3명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는 무엇보다 불법성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일부 유럽에서는 대마초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기획사 측은 보나마나 <문화적 차이 때문이었다>라고 대답할 것이 뻔해보였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넘기기엔 어딘가 뒷맛이 좀 개운치 않았습니다. 그냥 마리화나도 아니고 해쉬쉬인데... 기획사와 계약관계에 있으니 기획사를 비난하기도 좀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기사를 편하게 쓰자면야 <관리도 제대로 안했다> 뭐 이런 식으로 쓸 수 있겠지만, 기자가 되기 전에도, 기자가 된 후에도 항상 하는 고민이 <결과론적인 비판>이어서 이미 나온 결과만 가지고 남을 비판하는 건.. 어떨 땐 참 치졸하고 비겁해 보이기까지 하니까요.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기획사엘 찾아갔지요.
담당자와 약속을 하고 기획사에 들어서니 직원분들이 당황스럽단 듯 쳐다봤습니다. 직원분들이 그동안 접했던 기자들이라고 해봐야 문화부 기자분들이 전부일텐데.. 생전 처음보는 기자가 카메라팀과 함께 사무실에 들어왔으니,, 웬일인가 싶었겠죠.
회의실로 들어가 공연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 10여분쯤 이야기를 나누다가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야기를 꺼내자 담당자 분의 당황해 하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제 질문의 요지는 <계약 조건상 위법한 일을 방지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가>였는데요,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들어 온 담당자분의 대답은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였습니다. 그냥 포괄적으로 <상대국가의 법을 준수한다>는 정도였지요.
그도 그럴 것이, 문화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느정도의 상식과 교양을 갖춘 분들일테니까, 그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구체적인 범법행위에 대한 내용을 계약서 상에 포함시킨다는 건.. 어째 모양새가 좀 그렇죠.
그렇다고 해당 기획사가 외국인 배우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거나 관리해야 할 의무를 가진 것도 아니니 <왜 관리를 못했느냐>고 따질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야기를 한참 진행해 가던 도중 예상했던 대답이 나왔습니다.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그런 것으로 안다. 우리가 따라다니며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되물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대마가 불법이라는 사실은 사전에 알려 주셨나요?"
그랬더니 <당연히 그렇게 했다는> 대답을 하더군요. 기획사로써 최선을 다했다는 뜻이었겠죠. 그래서 재차 물었습니다.
"대마가 불법이라고 사전에 말씀을 하셨다고요?"
그랬더니 아래와 같은 대답을 한 겁니다.
그렇다면 사정이 좀 심각한 거지요. 불법이니 하면 안된다고 공지를 했는데도 해쉬쉬를 흡입하고, 불법인 줄 알면서도 우편을 통해 해쉬쉬를 들여오려고 했던 것이니까요.
담당자분의 눈에서 <아차..>하고 속으로 되뇌이는 걸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나누고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기획사 담당자 분은 아직 이런 대형 뮤지컬이 들어설만한 토양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우리나라 공연 현실을 감안해서 보도를 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담당자 분의 말씀이 어떤 뜻인지 충분히 이해가 됐습니다. 대학시절 많은 작품들을 기획하고, 연기하면서 땀 흘렸던 생각도 났고요.(전 언론정보문화 학부생이었는데요.. 연극, 공연 관련 수업과 활동을 참 많이 했었거든요.)
오늘도 수 많은 사람들이 열악한 조건을 딛고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연극과 뮤지컬에 대한 열정 때문이기도 하고, 마음에 품은 꿈 때문이기도 하겠죠. 그에 비하면 이 외국인 배우들은 훌륭한 대접을 받으면서 공연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나라 배우들에 비하면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단지 많은 돈을 들였다고 해서, 범법행위인줄 알면서도 버젓이 해쉬쉬를 흡입한 행위까지 정당화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품이 훌륭해서 훌륭하다고 설명하는 것만큼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있는 그대로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방송이 나가기까지 며칠이 걸렸습니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드리고 싶어서 방송 나가기 전에 담당자 분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오늘 저녁 뉴스에 내용이 나갑니다. 공연장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실명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공연에 나오는 음악 때문에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죽 답답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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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난 후에 그 분께 문자가 왔습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뉴스 잘 봤고, 공연이 곧 끝나니 꼭 한 번 보러 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같이 갈 사람이 마땅찮아 이번엔 어렵고 다음 번에 보겠다고 답장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되짚어 보니 뮤지컬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더군요.
물론 영화 한 번 보기도 쉽지 않을만큼 빡빡한 생활을 하고 있어서도 그렇지만 문화적으로 그만큼 팍팍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얘기겠지요.
딱딱하고 재미없는 판결문 기사만 쓰다가 모처럼 이런 기사를 쓰니.. 생각할 것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모두들 문화생활 열심히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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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겸손과 존중'이 취재의 좌우명이라는 김요한 기자는 2006년 SBS 보도국에 입사해 사회2부 법조팀에서 활약 중입니다. 섬세하고 끈질긴 취재력과 함께 수준급 실력의 '드럼' 연주까지 보도국의 팔방미인으로 꼽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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