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신경숙 작가와 우여곡절 인터뷰

인터뷰가 끝난 뒤 너무 머리가 아팠다,고 신경숙 작가는 말했다.

그래서 외출해서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인터뷰에 얼마나 집중했는지 짐작케하는 말이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말문이 터지지 않았다.

겨우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도살장의 소처럼 처분을 기다렸다.

- ... 어떡하겠어요. 다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이튿날, 평창동 자택 근처 카페에서 인터뷰는 이어졌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변주됐다.

▒ 20시간 전 평창동 자택

- 커피할래요? 안하면 후회할지도 몰라요.

작가는 직접 예멘산 원두를 에스프레소 머신에 넣고 커피를 만들어 내놨다.

예상보다 활달한 작가의 태도에 마음이 좀 풀어졌다.

그의 글이 말해주듯이 무척 섬세하고 예민한 작가라는 인상을 안고 갔던 터였다.

출판사를 통한 작가의 요구에 따라 인터뷰 하루 전 이메일로 질문지를 보냈다.

- 질문지를 보고는 문학 대담인줄 알았어요. 작가는 말했다.

이게 칭찬인지 비난인지, 아니면 특별한 가치판단이 없는 말인지는 지금도 가늠하지 못하겠다.

방송기자들은 이따금 수박겉핥기식으로 인터뷰한 뒤 뻔한 얘기나 써대는 부류로 인식되기도 한다. 틀린 말이라고 100%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신문보다 훨씬 포괄적인 지상파 방송의 매체 소비자들을 생각하고 (좋든 나쁘든 ) 그 영향력을 생각할 때 표현 하나 하나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뻔한 얘기를 쓰더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어미 하나, 단어 하나를 고를 때도 길게 소통한 뒤 쓴 기사와 오직 10초 짜리 사운드바이트(soundbite) 하나를 위해 캐묻고 쓴 인터뷰는 결국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어쨌든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봐야 하는 것이다.

설령 그렇고 그런 얘기로 끝나고 말 운명의 인터뷰 기사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길어야 3분 나갈 뉴스 인터뷰 리포트에 내가 과욕을 부렸을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소설(엄마를 부탁해)이 감상적, 통속적이라는 사람도 있는데..."운운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 어느 작품보다 바로 그렇게 흐르지 않도록 정성을 쏟았다며 그런 질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예상치 못했던-정확히는 예상보다 훨씬 민감한- 반응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뒤쯤에는 작가의 입장이 이해됐다.

그런데 비단 이 질문 뿐 아니라 다른 질문에서도 나는 어휘 선택에 진땀을 흘렸다.-클리셰를 싫어하지만 '진땀을 흘렸다'는 표현은 바로 이럴 때 쓰라고 있다는 걸 이 글을 쓰면서 깨닫게 됐다-

작가의 촉수는 마치 달팽이의 대촉각처럼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몇 년 동안 세 번이나 썼다 그만뒀다를 반복하고, 또 400매나 쓴 원고를 폐기하고 다시 쓴 소설이 '엄마를 부탁해'였던 만큼 작가의 작품에 대한 애착은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식에 대한 애착, 그 이상일거라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서울 시내 한 공연장 사람들과의 저녁 약속 자리에 도착했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 회사 영상취재팀에서 온 전화였다.

신경숙 작가 인터뷰 촬영 테이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라 무척 황당하기도 하고 당황스러운 나머지 차라리 모든 걸 포기한 사람처럼 편안해지는 기분마저 드는 것 같았다.

머릿 속이 다 하얘졌고, 그날 저녁 자리는 - ... 어떡하겠어요. 다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라는 작가의 말을 듣기까지 약 2시간 동안 엉망이 됐다.

고로 이제부터 쓰게 될 인터뷰 내용은 이 이틀 사이에 벌어진 우여곡절의 산물이다.

하지만 나나 신경숙 작가나 최선을 다한 인터뷰였다고 믿는다.

 

[편집자주] 날카로운 문화적 감각과 통찰력이 묻어나는 인상깊은 칼럼으로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주형 기자는 1995년 SBS에 공채로 입사해 문화부와 SBS스페셜 등 호흡이 긴 기사와 방송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