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들은 이제 기후변화 대응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이른바 '녹색성장'에 동참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입니다.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독일과 영국 핀란드의 주요 사례를 통해 선진국들의 녹색성장 움직임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알아보는 시리즈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후원 - 언론재단·기후변화센터>
'이탄'이란 단어를 아시나요? 저는 핀란드에서 처음 들어봤습니다. 이탄(영어로는 '피트(peat)'라고 하네요)은 유기물이 ?어서 땅속에 오래 파묻혀있으면 석탄으로 되는데 석탄 이전 단계의, 완전히 까만 색 이전의 짙은 고동색을 띄는 물질입니다. 핀란드에선 발전 연료로 이탄을 상당히 많이 태웁니다.
<-'이탄'을 발전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쌓아놓은 모습. 흙보다는 짙은 고동색으로 유기물이 부패한 냄새가 납니다. 이탄은 핀란드 전체 에너지 생산의 6%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자연자원이 풍부한 핀란드는 '바이오매스', 즉 생물체로부터 얻는 연료를 사용하는데 있어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바이오매스는 나무가 주된 에너지원이었던 과거에 가장 많이 사용된 에너지원 중 하나입니다. 나무나 곡물, 식물 등은 직접 태워서, 분뇨나 음식물 쓰레기는 공기 차단한 상태에서 부패시키면 메탄이 다량 함유된 가스가 생성되고 이걸로 열을 다시 생산하는 원리입니다.
아직도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의 약 15%는 바이오매스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주로 난방과 취사용입니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 자원이 풍부한 북유럽 국가들이 많이 활용하는데요. 핀란드의 경우 삼림이 전체면적의 78% 차지해 상당히 유리한 나라입니다. 인상적인 것은 절대 생나무를 잘라서 연료로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즉 폐목재나 가구를 만들 때 자투리 나무, 볏집, 이탄 등 여러가지를 태우지만 핀란드의 상징인 쭉쭉 뻗은 침엽수림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바이오매스를 사용해 발전한 전력에 1,000kwh당 40달러 지원하는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어 현재 핀란드의 에너지원 가운데 석탄이 15%, 원유 24%, 원자력 16%, 천연가스 11%, 수력과 풍력 3%, 이탄(피트) 6%, 목재 20%으로 바이오매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훌쩍 넘는 상황입니다.
다시 이탄(피트)얘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핀란드 전체 토양의 30%가 피트라고 할만큼 피트는 핀란드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 바이오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Vapo 발전설비 내부 모습과 미카 파술라 매니저가 '이탄' 덩어리를 들고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탄은 땅속에서 유기물이 굳어 아주 오랜시간이 지나면 석탄이라는 광물이 되는데 그 이전의 토양에 가까운 단계의 물질입니다.
핀란드의 유명한 Vapo라는 에너지 기업을 찾았습니다. 1940년에 목재생산업체로 탄생한 Vapo는 현재 발틱해연안 국가에서 가장 큰 바이오연료 공급업체 중 하납니다. 핀란드 뿐 아니라 스웨덴, 덴마크, 폴란드에도 진출해있다고 합니다.
Vapo를 찾았을 때, 코를 찌르는 이상한 냄새에 조금 참기가 어려웠는데, 완전히 석탄화되지 않은 이탄에서 나는 냄새였습니다. 미카 파술라 Vapo매니저는 “피트는 핀란드의 아주 대표적인 자원이자 바이오에너지원”이라고 소개하더군요. 이 피트를 때서 나오는 열로 전력을 생산하는 원립니다.
이탄 외에도 팰릿(pallet)이라고 불리는 난방용 목재도 생산하고 있었는데요, 팰릿 생산량으로는 이 회사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친환경 대체에너지인 목재 '팰릿'은 숲가꾸기 산물이나 제제소 등에서 발생하는 목재부산물을 톱밥과 같은 작은 입자로 분쇄, 건조, 압축하는 과정을 거쳐 작은 알갱이 모양으로 만든 난방연료를 말합니다. 팰릿 목재는 전기생산용으로도 쓰지만 민간에서도 활발히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핀란드 가정에 설치된 나무보일러. 핀란드 전체가구의 약 20%가 피트나 펠릿과 같은 나무 부속물을 이용해 보일러를 가동해 난방하고 있을 정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핀란드 가정에는 나무보일러가 설치돼있는 곳이 많아 집집마다 팰릿 형태의 알갱이 연료를 배달해주는 장면을 흔하게 볼수 있다고 합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연탄보일러를 쓰고 여기에 배달된 연탄을 넣고 불을 지피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핀란드의 나무보일러는 이런 팰릿이나 나무를 때서 난방을 할수 있는 열을 생산하도록 고안돼있어 많은 가구가 석유와같은 화석연료 대신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바이오매스가 진정한 재생에너지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즉 바이오연료의 온실가스 저감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자연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이지만 태우고 발효시키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탄소-free' 연료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핀란드를 비롯해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입장은 그렇습니다.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와는 달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늘리지는 않는다는 거죠. 즉 바이오연료를 태울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원료인 식물이 자라면서 빨아들인 대기중의 이산화탄소와 궁극적으로 같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진 못해도 총량에서 증가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게 바이오매스 옹호론자들의 주장입니다.
또 다른 논쟁은 바이오연료 개발로 인해 농작물 수요가 급증하고, 농산물가격이 오르면서 물가가 함께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겪었던 경험에서 촉발되고 있습니다.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은 넓은 재배면적이 필요하고 비료, 살충제 등을 사용하는 재배과정에서 환경 오염될 수도 있어서 여러모로 바이오매스는 재생에너지 범주에 넣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핀란드의 바이오매스에 대한 사랑은 막기 어려워보입니다.
핀란드는 국토 면적은 넓지만 경작가능한 땅이 별로 없고, 석탄이나 석유 같은 광물자원이없어 전량을 수입하는 나랍니다. 보유자원으로는 삼림과 이탄(peat)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핀란드인들은 바이오매스를 통해 약점을 강점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던 것입니다.
↑핀란드에서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목재 부산물. 온전한 나무를 인위적으로 잘라서 연료용으로 쓰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주로 목재작업 잔여물이나 이를 압축해 만든 펠릿, 나무껍질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겨울이 춥고 긴 기후적인 특성상 에너지 소비량이 높은 편인데 이런 부분을 에너지 효율을 높힘과 동시에 자신들에게 풍부한 바이오매스를 충분히 이용하는 것으로 극복했습니다. 핀란드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20%, 전력생산의 30%를 바이오매스로 충당하고 있고, 이 또한 2010년까지 생산을 2005년에 비해 2배 이상 늘린다는게 핀란드 정부의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도 음식물쓰레기나 하수슬러지, 축산분뇨, 농산물 폐기물 등에서 뽑아낸 메탄가스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바이오매스가 상당히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내는 신재생에너지 통계에도 바이오매스가 포함돼있습니다.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완전히 깨끗한 신재생수단에만 의존하기에는 아직은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부분만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총 에너지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미미한 수준입니다. 메탄가스를 만들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이나 기기 개발도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줄이진 못해도 최소한 늘리지는 않는 바이오매스도 클린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해 더 널리 쓰일때까지는 현재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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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식경제부와 산업계를 취재하는 정호선 기자는 1997년에 경제지 기자로 시작해 2005년에 SBS에 입사했습니다. 좌우명인 '긍정의 힘'과 함께 오랜 경제분야 취재경험으로 차분하고 정돈된 기사로 활약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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