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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63년 한길…94세 노의사의 마지막 진료

<8뉴스>

<앵커>

무려 63년 동안을 환자진료에 몸바쳐 온 아흔넷 노의사가 오늘(24일) 마지막 진료를 마쳤습니다.

자신은 환자의 종이라는 생각으로 한길을 걸어온 김응진 교수의 마지막 진료현장을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새벽 6시 30분.

노교수는 평소와 다름없이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를 맞습니다.

[김응진 : (인슐린을) 조금씩 더 맞아야 되겠는데. (예?) 조금씩 더 맞아야 되겠어요.]

1916년에 태어난 설원 김응진 선생은 우리나이로 94세.

현장을 지키는 국내 최고령 의사입니다.

35년 동안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고 정년퇴임 이후에도 28년동안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당뇨병이 희귀병 취급을 받던 50여 년 전 대한당뇨병학회를 조직해 당뇨병 치료를 처음 시작한 것도 바로 김 옹이었습니다.

[김응진/노원 을지병원 석좌교수 : 당뇨병환자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자꾸 캐니까 나오잖아요, 특별히 아픈데가 없는 병이니까 환자 자신이 모르고 있죠.]

100살까지 현장을 지키는게 꿈이었지만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조금 일찍 떠나기로 했습니다.

[물론 서운하기는 하죠. 하지만 내 임무를 다했으니까 가히 서운할 건 없습니다.]

엄하지만 따뜻했던 노의사를 후배들은 잊을 수 없습니다.

[한경아/노원을지병원 교수 : 엄마 아버지가 잔소리하는 것 처럼 굉장히 야단도 잘 치시고 막 교육도 많이 하시고 그래요. 그렇게 환자라는 인간자체에서 굉장히 애정이 있으시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 그 다음에 굉장히 철저하세요. 1분도 늦는 것을 못 봤고요.]

63년을 입은 가운을 오늘 벗지만 의사는 환자의 종이라는 신념을 후배들이 이어줄 것을 믿습니다.

[환자를 충실히 시시콜콜히 아픈데 다 긁어주고, 가려운데 긁어주고, 아픈 데 봐주고 하라는 얘기죠, 자기 몸처럼 말이죠.]

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질 때야 안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소임을 다하고 퇴장하는 노의사의 모습이 유난히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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