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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뚫린 '환율'…당국 언제 나설까

24일 원.달러 환율이 1,510원대로 급등하면서 1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계속되면서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말이 없다. 달러화 매도 개입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자칫 외환보유액을 헐어 환율 방어에 나섰다가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국내외 주가 약세가 한동안 지속되면서 환율에 상승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무역수지 흑자 등에 따른 수급 개선에도 투기적 매수세에 따른 단기과열 현상이 심화되면 당국이 개입에 나서면서 환율 상승세를 진정시킬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 美.동유럽 악재에 연타..전고점 돌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16.30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1998년 3월13일 이후 10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0일 이후 23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줄기차게 상승하면서 135.30원 폭등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위험자산 기피심리가 확산되면서 원화 가치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날 뉴욕 증시가 은행 국유화 논란 등으로 12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하면서 동유럽 국가의 부도에 대한 우려감과 함께 불안심리를 확산시켰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0일 이후 11거래일간 1조8천억 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주가와 원화가치 약세를 이끌고 있다.

국내외 주가 급락으로 투신권이 환위험 헤지분을 청산하는 점도 달러화 매수세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점도 환율 상승폭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 17일 연중 처음으로 5억 달러 이상 매도개입에 나섰지만 이후로는 좀처럼 시장에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1,500원과 전 고점인 1,513원 등 주요 저항선에서는 참가자들이 당국의 개입을 예상했지만 '행동'이 없자 손절매수가 촉발되면서 환율 상승폭을 키우는 양상이다.

아시아 주요국들이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기금 규모를 1천2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지만 달러화 매수심리를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 당국 대응 자제..깊은 고민

정부는 최근 외환시장 상황과 관련해 최대한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외환당국 고위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얘기하고 싶은 게 있을 때 얘기하겠다"며 "이것이 오늘의 우리 입장"이라고 답변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오전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뉴욕 증시 급락과 관련 "외환시장은 두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며 "당국자로선 발언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들의 발언에선 고민이 묻어난다.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 2천억 달러 선이 중요하지 않다고 밝히는 등 시장 개입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으나 섣불리 시장에 개입할 상황이 아니다.

향후 금융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개입에 나섰다가 국내외 상황이 더 악화되면 외환보유액만 축내는 꼴이 된다. 이는 강만수 경제팀의 실책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시장의 관심은 정부가 언제까지 인내하느냐에 쏠리고 있다. 환율이 1,550원선이나 1,600원선을 뚫고 올라갈 경우에도 정부가 시장을 방치할 지는 의문이다. 환율 폭등의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 "추가 상승 제한" VS "고공비행 지속"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는 한 환율 오름세를 멈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의 개입으로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미국과 유럽 증시 폭락세가 재현되면서 외국인의 증시 이탈이 심화되면 달러화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의 주요 저항선이 뚫린 상태여서 대내외 불안으로 1,600원을 향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SK증권 염상훈 이코노미스트는 "1,500원이 뚫리면서 마땅한 기술적인 저항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환율 상승폭은 증시 움직임에 달려 있는 것 같다"며 "국내외 증시가 반등하지 않는 이상 환율 하락을 전망하고 달러화 매도에 나서는 시장 참가자들을 찾기는 쉽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율이 단기과열(오버슈팅) 상태에 있어 당국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다 이달 20일까지 9억3천만 달러를 기록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월말까지 25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환율 상승세를 완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

하나대투증권 김재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은행들의 국유화 논란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여 환율 급등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까지 노출된 위험 요인들을 고려하면 1,550원 부근에서는 상승이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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