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의 모습이 가관이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1,100원 선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10월 위기설과 함께 상승하기 시작했고, 10월30일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으로 하락하는 듯하더니 11월24일에는 1,513원까지 상승했다.
연말 외환당국의 대규모 개입으로 1,257.50원으로 하락했지만 동유럽 발 금융위기에 다시 1천5백 원 선을 돌파했다. 이대로 가다간 환율이 1천6백 원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문제는 이런 환율 상승세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2월 무역수지는 개선되고 있다지만 그것은 수입 감소에서 오는 것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수출증가는 한계가 있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서 신흥국가에 투자했던 선진국 자금은 계속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국이 적자재정을 보존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미국시장은 말 그대로 블랙홀처럼 세계의 달러를 빨아들일 것이고, 이는 다시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3월과 4월에 집중돼 있는 은행의 외화부채 만기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금 송금도 악재다. 외국인들이 2월 들어 2조원 이상의 한국 채권을 사들였다고 하지만 이는 금리차를 노린 재정거래일 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 환율의 급등은 무엇보다 1월 무역수지 적자라는 충격적 소식에다 동유럽에서 출발한 신흥국가의 부도위기설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데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아시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라는 루머 아닌 루머까지 나돈다고 한다.
국제관례를 깬 우리은행의 후순위채 콜옵션 포기,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제동 등이 국제시장에서 한국의 신인도를 떨어트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으면서 외국인들이 요리하기 쉬운 한국시장은 이미 헤지펀드들의 투기대상이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환율을 끌어 올리는 세력이 역외세력이라는 점은 이런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외환 전문가들은 3월 결산기에 맞춰 일본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외환시장에 위기가 발생한다는 3월 위기설은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대거 이탈할 일본자금이 많지도 않거니와 굳이 한국을 이탈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회계기준이 실현주의에서 평가주의로 바뀌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금융불안이 심화되면서 투자자금의 이탈이 계속되면 우리경제가 받을 타격은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론 외환보유고가 2천억 달러나 되는 상황에서 환율이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납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혹자는 최근 환율수준은 우리경제팀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윤증현 경제팀의 경제운용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경기회복도 중요하지만 금융시장의 안정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결국 경제심리를 악화시키고 실물경기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한미 통화스와프, 한·중·일 통화스와프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도 3백 억 달러가 아니라 무제한 확대해 투기꾼들이 한국시장을 넘보지 못하게 힘을 과시해야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와 재정수지 적자, 사실상 붕괴된 금융시스템, 극심한 경기침체, 이런 미국의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도 있다. 올 하반기가 되면 달러의 헤게모니는 약화되고 급격한 달러 약세가 진행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런 전망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값에서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위기상황,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아 외환시장에는 태풍이 불고 있다.
2천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40억 달러 밖에 없었던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환율을 감내해야하는 한국. 세계 10위 경제대국에 걸 맞는 신인도를 유지 하고 자유롭게 세계시장에서 뛸 수 있도록 만들 외환시장의 마술사 '미스터 원'은 언제 나올까.
일본의 '미스터 엔' 사카키바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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