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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하도급 업체 괴롭히지 마"

17개 사업자…1천여개 하도급업체에 부당 행위

기업의 갑을 관계가 가장 극명히 드러날 때가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입니다. 하도급업체들은 관계 유지를 위해 손해보는 장사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건설사의 하도급 업체 괴롭히기>

건설사들이 제일 많이 하도급 업체를 괴롭히는 이유가 바로 '돈'문제입니다.

하도급 업체 입장에서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발주 건설사가 '지명 경쟁입찰'을 하고 낙찰시켜 줍니다. 일단은 공사를 따니까 좋겠죠. 하지만 바로 '딜'이 뒤따릅니다. 추가 가격 협상을 하자는 거죠. 결국 최저가 입찰금액보다 낮은 금액을 하도급 대금이 결정되게 됩니다.

이럴 경우, 앞으로 또 다른 공사를 따내기 위해 계속 도전해야 하는 하도급업체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나중엔 좋은 가격으로 공사를 또 줄게"란 말도 듣겠지만요.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불황에 하도급 업체는 거의 죽을 맛일 겁니다. 또 '부실 시공'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크겠죠.

<제조유통업체의 납품업체 괴롭히기>

납품을 받는 원청업체가 하도급 업체를 괴롭히는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갑자기 하도급 업체로 전화가 옵니다.

"납품대금을 계약된 지급일보다 빨리 줄테니 납품단가를 낮추자"

은행 고객이 대출금을 기간보다 빨리 갚을 경우 해약금을 내야 하는 논리와 똑같습니다. 하지만 누가 원했냐는 거죠. 또 물건을 납품 받아오다, 중간에 단가를 조정하기로 하고 인하에 합의합니다. 그리고 나선 그 전에 납품받은 물품들의 단가도 모두 소급적용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겁니다.

실제 한 전자회사는 납품업체에게 이런 식으로 단가를 3%씩 깎자고 요구해, 모두 1,700만 원을 되돌려 받았다가 적발됐습니다.

<중간에서 계약금 가로채기>

많은 하도급 계약에서 '중간 브로커' 회사들이 활개를 칩니다.

발주자로부터 계약을 따고 선급금을 받으면 일정 정도 커미션을 빼고 15일 이내에 하도급 업체에게 전해줘야 정상적인 계약 관계겠죠.

그런데 이 돈을 전액 가로채는 겁니다. 모 건설사는 발주자로 받은 선급금 3억 원을 하도급 업체에게 주지않고 '꿀꺽'했다가 적발됐습니다.

돈을 늦게 줄 때 금융비용(이자)이나 어음할인료를 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기타>

건설공사를 위탁할 때 원사업자는 공사대금 지급을 보증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지급 보증을 해 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당연히 하도급 업체에겐 돈이 돌지 않겠죠.

중간에 설계 변경 등 추가 비용이 생기면 내용과 비율에 따라 30일 이내에 정산을 해줘야 하는데 무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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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식으로 하도급 업체를 울린 건설, 제조, 용역업체 17개 회사를 적발해 고발과 함께 3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적발된 17개 사업자들은 1천개가 넘는 하도급 업자들을 울렸습니다.

적발된 사업자 가운데엔 연 매출액이 5천억 원에 가까운 기업 등 대기업이 6개였고, 중소기업도 모두 연 매출액이 최하 1천억 원이 넘는 중견기업들이었습니다.

이들이 '배 불리는' 동안 1천여개 하도급 업체는 부당하게 '눈물젖은 빵'을 먹어야 했던거죠. 적자생존의 험준한 경제상황 속에 '을'의 입장에서 말이죠.

공정위는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하도급 업체가 신속하게 하도급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경기침체 속에 함께 사는 사회 만들기에 '잘 나가는' 기업들이 동참해주면 '을'의 입장에 있는 영세 업체들도 살아볼 만하지 않을까요.

 

[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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