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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어른' 김 추기경…그가 있어 행복했다

<8뉴스>

<앵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팍팍한 현실에 짓눌려있던 국민이 김 추기경을 통해 정신과 도덕의 소중한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됐다는 의미가 커보입니다.

김수형 기자가 되새겨봤습니다.

<기자>

그가 성전 안에만 갇혀 있던 성직자였다면 어쩌면 우리는 추기경을 기억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근엄한 추기경의 관을 던져버리고 철거민의 남루한 비닐하우스를 조용히 찾아, 국수 한 그릇을 같이 먹으며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알았습니다.

억울한 자, 누구나 그에게 하소연할 수 있었고, 그는 마음을 다해 약자를 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줬습니다.

[파키스탄 노동자 : 마음 속 깊이 김수환 추기경님한테 진짜 감사합니다. 그분이 제 생명을 구해주셨습니다. 제 감정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다른 종교에 대한 배려를 통해서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를 알려줬습니다.

[김형태/천주교 인권위원회 이사장 : 종교적인 그런 벽같은 것 전혀 안 쌓은 분이기 때문에 불교 스님들, 목사님들하고 교류가 굉장히 많으셨고.]

육신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날, 그는 두 눈을 아낌없이 주며 자신이 말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줬고, 평소 쓰던 묵주 하나만 갖고 흙으로 돌아가던 날, '무소유의 삶이란 이런 것이다' 말없이 가르쳐줬습니다.

엄혹했던 시절 양심의 울림대로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 어른이었고, 그런 추기경이었기에 꾸지람을 들었던 권력자조차도  그의 선종을 애도했습니다.

[한승헌/변호사 : 정교 분리의 원칙 뒤에 숨어서 세상 일에 눈 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전면에 나서가지고 불의를 질타하시고 이 세상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서 뭔가 자기 몫을 하시려고 나선, 그런 점에 대해서 참 존경했어요.]

존경할 어른을 잃은 우리 사회, 혜화동 할아버지, 아니 한국의 할아버지였던 고 김수환 추기경이 더욱 그리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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