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도 오고 눈도 좀 내려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강원도 가뭄이 여전히 걱정이다. 정치권도 직접 서울서 강원도까지 생수를 트럭에 실어나르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얼마전 대통령이 가뭄 현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강원도를 방문했을 때 일이라고 한다. 그날따라 날씨가 참 맑았다고 한다. 그래서(!) 함께 갔던 한 고위 인사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방문을 하시니 날씨까지 이렇게 화창하네요!"
그 말을 들은 대통령은 "이사람아, 우리가 가뭄때문에 여길 왔는데...."하면서 "허허...." 웃고 마셨다는데.... '정통한 소식통'으로부터 이 얘기를 전해듣고 눈물까지 찔끔 흘리면서 웃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정말 웃겼다. 눈물나게 웃겼다. 둘째, 슬펐다. 가뭄 현장 시찰하러 가서 화창한 날씨에 감동하는 이에게 나라를 맡기고 있는 내 신세가 참 한심하고 슬펐다.
날짜를 찾고 자료를 뒤져서 그날 그림을 확인해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짐작건대 '그분', 강원도로 출발하기 전에 평소 입던 주름 빳빳한 양복과 넥타이 대신 허름한 점퍼로 부랴부랴 갈아입고 차에 오르셨을 것이다. 옷 한 벌을 입을 때도 TPO(time 시간, place 장소, occasion 상황)에 맞추는 게 성공의 기본이라는 걸 모르는 분이 그 '고위직'까지 오르셨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몸과 달리 마음이 미처 TPO에 맞춰 적절한 변신을 못하신 것 뿐. 하지만....
그런데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나랏일 하는 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마음의 TPO라는 점이다. 얼마전 야당 국회의원들이 회기중 주말동안 여럿이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다녀온 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었다. 개인적으로 회기중이긴 해도, 온 국민이 경제가 어렵다고 난린데 '바다 건너'까지 가긴 했어도, 어쨌든 '쉬는 날' '내돈 내고' '운동'한 게 '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 걸어 잠그고, 망치 휘두르고, 육두문자 주고받으면서 '전쟁' 벌이느라 정해진 회기 내내 허송세월한 뒤 '나머지 공부' 하겠다고 새 임시국회를 열자마자 벌어진 일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몸이 TPO를 따라가지 못하면 혼자 망신 한 번 당하고 말지만,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마음의 TPO를 못 따라가면 애꿎은 국민들이 고통받는다. "처녀가 아이를 낳아도 제 할 말이 있다"는데, 가뭄 현장에서 맑은 날씨에 감탄하는 분이나 망치 내려놓자 마자 골프채 집어들고 비행기 탄 분들이나 다들 만나서 물어보면 할 말들이야 왜 없을까. 그저 '생각'들이 없었던 것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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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SBS 보도국 정치부의 홍일점으로 맹활약 중인 김영아 기자는 1995년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스포츠와 사회부 등을 거쳐 현재는 정당 취재팀의 고참이면서도 현장을 놓치지 않는 활발한 취재로 섬세한 시각이 담긴 정치 뉴스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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