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배려'의 마음은 멀리 있지 않았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내가 약간 불편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방을 위해 웃으며 참을 수 있는 것.
김수환 추기경은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그것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김 추기경이 선종한지 나흘째인 19일 명동성당 주변은 사랑과 배려가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체험장이었다.
조문객들이 추위에 서너 시간씩 줄을 서자 이들을 위해 기꺼이 화장실을 개방하는 상인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네는 자원봉사자들도 부쩍 늘었다.
명동성당 인근 음식점 '뜰 안의 작은 행복' 정연행 사장(45)은 가게 앞에 늘어선 조문객들을 위해 화장실을 개방하고 커피와 차도 대접했다.
인파로 가게 입구가 막히고 주차장으로 쓰는 가톨릭회관이 조문 차량으로 다 차서 손님이 평소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딱한 사정'을 조문객들도 알고 있을까.
기독교 신자라는 정 사장은 "조문하려면 추운 밖에서 두세 시간은 기다려야 하는데도 추기경을 보기 위해 자발적으로 찾아온 모습이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숙연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명동의 중국요리점 '마사주가' 황진호(54) 사장도 18일 오전 10시 조문 행렬이 가게 입구를 가린 이후 영업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지만 기꺼이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배려했다.
황 사장은 "당장 장사야 안되지만 우리 시대 최고의 어른이 돌아가셔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추모하는데 돈 몇 푼 가지고 빡빡거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따스한 마음, 그것은 전염성이 강했다. 누구의 요청이 있었는 것도 아닌데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남대문세무서 직원들은 18일 오후 7시부터 근무시간 틈틈이 한시간씩 짬을내 성당 주변에서 녹차 등을 나눠주며 조문객들의 차가운 몸을 따스하게 녹여줬다.
세무서 관계자는 "종교를 떠나 추운 곳에 서 계신 분들을 도와드리는 차원에서 자원봉사를 결정했다. 어제 저녁에 처음 봉사를 시작했는데 많은 분이 좋아하셔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삼일로극장도 정대경(50) 대표와 단원들이 나와 시민들을 위해 뜨거운 녹차와 보리차를 제공했다.
성당 입구에서는 가톨릭 신자 출신 개인택시 기사들의 모임인 가톨릭기사사도회 회원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안전봉을 들고 교통안내를 하고 있었다.
회원 김병근(60) 씨는 "추기경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위해 봉사하니까 날씨 추운 것도 모르겠다.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입관식이 열리는 이날 명동성당 주변은 온통 훈훈하고 따스한 감동의 물결에 휘감겨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