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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제공 여성들은 왜 재판에서 졌을까?

법원이 황우석 연구팀의 손을 들어 준 이유는..

몇년 전 우리나라를 뒤집어 놓았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벌써 아물아물한 기억에 '아, 그랬나?' 싶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황우석 연구팀의 연구 조작,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난자를 공여한 분들의 숨은 이야기.

2005년 2월, 위 모씨는 미즈메디 병원에서 2005년 11월, 박 모씨는 한양대학교 병원에서 황우석 연구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난자를 기증합니다.

보통 여성들은 1개월에 1개의 난자를 배란하게 되는데 시험관 아기시술이나 기증을 위해서는 양질의 난자가 다량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흔히 배란을 촉진하는 호르몬제를 투여해 여러 개의 난자를 배란시킨 후 복강경을 질내로 삽입해 이를 채취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호르몬제 투여에 따른 난소과자극증후근이나 복강경 시술에 따른 출혈이나 감염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난소과자극증후근이란 호르몬제에 의해 난소가 과다하게 자극됨으로써 일어나는 증상으로 오심, 구토, 설사, 복부팽만감, 체중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고요, 보고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경증은 8-23%, 중증도는 1-7%, 중증은 0.1-0.2% 정도로 나타난다고 하는군요.

두 여성 중 위 씨가 복부팽만감, 호흡곤란 등 중증도로 판단되는 난소과자극증상을 보였고요, 시술 이틀 뒤인 2005.2.7. 미즈메디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그 다음날 퇴원을 했습니다.

두 사람은 국가와 성삼의료재단(미즈메디) 한양학원(한양대병원)을 상대로 난자 채취 시 충분한 설명이 없어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는데요, 어제 오후 서울중앙지법 민사 89단독은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두 사람의 주장과 법원의 판결 이유를 살펴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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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씨와 박 씨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황우석 연구팀이 허위의 연구성과를 발표했고, 자신들에게 연구 목적과 성과 등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둘째, 난자 채취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의 정도와 심각성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두가지 때문에 자기결정권이 침해를 당했고, 이로 인해 자신들이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으니 1인당 3천 200만 원씩을 배상하라는 거였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이 밝힌 판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실험의 모든 목적과 과정에 대한 정확하고도 상세한 설명까지 필요하다고 할 수는 없고 전문적인 의학실험에 있어서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다"는 겁니다.

연구팀이 두 사람에게 제공한 난자기증에 대한 안내서와 동의서를 보면 기증된 난자가 줄기세포의 연구에 쓰인다는 점, 줄기세포의 이미와 의학적 가치, 체세포 핵이식을 통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확립과정, 현재 줄기세포 연구 단계 등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정도면 제공한 난자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두 사람이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거지요.

또 시술 부작용에 대해서는 두 사람에게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배상해야 할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본 겁니다.

실제로 황우석 연구팀에서 100여 명 이상으로부터 난자를 채취했지만 중증의 난소과자극증상을 보인 사람이 있다는 보고는 없다는 것도 참작이 됐고요.

또 난소과자극증후군은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하면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두 사람에게 제공한 설명서를 보면 난소과자극증후군의 특징적인 증상이 발견될 경우, 반드시 병원에 내원토록 했던 것을 봐도,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다소 미흡했다고는 하더라도 두 사람을 속이려거나 잘못된 정보를 주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내용면에서나 절차면에서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다소 미흡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만큼의 흠결이 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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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담당판사는 두 사람이 소송을 한 이유가 단순히 배상을 받아낼 목적이라기 보다는, 난자를 기증한 여성들의 인권이 무시된 것과 관련해 사회반성을 요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황우석 연구팀에게는 도의적인 책임이 있고, 상태가 좋은 난자를 불임시술이 아닌 연구팀에 먼저 제공한 점이나 한 사람에게서 난자를 재차 공여받는 줄 알면서도 위험한 수술을 했던 점 등은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연구팀도 사실상 해체됐고, 이제 더 이상 여론도 관심없고,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졌는데 오랜 시간과 많은 돈, 마음고생을 감수해야하는 소송을 다시 하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간만에 잊어버리고 있었던 내용을 다시 끄집어 내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건들을 꾸준히 살펴보고 혹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제가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도 다시 한 번 하게됐습니다.

  [편집자주] '겸손과 존중'이 취재의 좌우명이라는 김요한 기자는 2006년 SBS 보도국에 입사해 사회2부 법조팀에서 활약 중입니다. 섬세하고 끈질긴 취재력과 함께 수준급 실력의 '드럼' 연주까지 보도국의 팔방미인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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