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을 통해 무서운 기억을 제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6일 BBC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네덜란드 연구진들은 협심증과 고혈압, 부정맥 예방에 사용되는 베타 수용체 차단제가 공포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학계에 보고했다.
이들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60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베타 수용제를 투여해 실험한 결과를 소개하고 정신적 외상을 입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연구진들은 자원자들에게 거미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손목에 야간 전기 자극을 주어 인위적으로 혐오스런 기억을 만든 뒤 다음날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베타 수용체 차단제의 효과를 분석했다는 것.
이들은 한 그룹에는 베타 수용체 차단제인 프로프라놀롤을, 다른 그룹에는 가짜 프로프라놀롤을 각각 복용토록 한 다음 같은 그림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눈을 얼마나 심하게 깜박거리는지, 혹은 비명을 지르는지를 유심히 관찰했다고 밝혔다.
실험에서 약물을 복용한 그룹은 놀라는 정도가 다른 그룹에 비해 덜한 것으로 나타났고 다음날 약물 투입을 중단했어도 반응은 마찬가지였다는 것.
네덜란드 연구진들은 동물 실험 결과도 베타 수용체가 무서운 기억이 형성되는데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연구의 리더인 메렐 킨트 박사는 기억 자체는 그대로지만 특정 기억이 갖는 정서적 강도는 둔화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킨트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정서 장애로 고통받은 사람들의 반복적인 기억들을 이해하고 치료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가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정신의학계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정신건강 진흥단체 '마인드'의 폴 파머 회장은 공포증이나 불안증 환자들에 대한 '약리학적' 접근에 우려한다면서 약물 투여가 좋은 기억조차도 바꾸어버릴 가능성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세인트 조지스 대학에서 의학윤리를 가르치는 다니엘 소콜 박사는 과거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점에서 기억을 소중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나쁜 기억을 지우는 것이 혹이나 사마귀를 제거하는 것과 동일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정체성은 기억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개성을 바꾸는 셈"이라고 말하고 "일부 사례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기억을 지우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과 사회 등에 미치는 충격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약물로 나쁜 기억 지운다?" 기억 억제 연구발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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