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치품의 역사는 탐욕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감정적 상처의 기록으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 역사는 남들의 경멸에 압박감을 느껴 자신에게도 사랑을 요구할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텅 빈 선반에 엄청난 것들을 전시하려 했던 사람들이 남긴 유산이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한대로, 불안은 타인으로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또 그 욕구를 사회적 지위를 통해 실현하려는데서 시작된다.
풀타임 13년 만에 552홈런(메이저리그 역대 12위), 1603타점(30위) 1602득점(42위) 282도루라는 엄청난 기록을 쌓아 올린 A-rod가 금지된 약물을 했다고 시인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언급할 정도로 A-rod의 약물 복용은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오직 그만이 최근 몇년간 마크 맥과이어,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 등 미국의 야구 영웅들이 약물로 더럽힌 메이저리그를, 야구를, 미국을(야구는 미국에서 'national pastime'으로 불린다) 구원하리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A-rod는 금지 약물 복용이 탄로난 뒤 유명 야구 칼럼니스트 피터 개몬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 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 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I wanted to prove to everyone that I was worth...being one of the greatest players of all time)
결국 A-rod같은 연습 벌레이자 최고의 탤런트를 타고 난 야구 천재도 자신의 가치를 확신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치를 자기에게서가 아니라 남에게서 찾으려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
인류의 선각자들은- 특히 붓다는- 남이 인정해준다고 해서 내가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남과의 비교로 내몰며 생장해가는 자본주의 사회는 나의 가치를 남으로부터 찾으라고 선전한다. -광고를 보라, 광고는 곧 상품끼리의 비교이자 상품의 구매자들끼리 비교하는 것이다-
<승자독식사회>(The Winner Take All Society)라는 책에서 현대 사회의 많은 노동 시장들이 점점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산업 시장과 닮아간다고 주장한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H. 프랭크는 최근 출간된 <부자 아빠의 몰락>(falling behind)에서 세상에는 '지위재'(positional goog)와 '비지위재'(nonpositional good)가 있다고 말했다.
요약컨대 지위재란 남들의 이목이 중요한 재화이고, 비지위재란 남들이 이목에 별로 신경안쓰는 재화다.
예를 들어, 나는 200평짜리 집에 살고 남들은 모두 250평 집에 사는 경우 A와, 나는 150평짜리 집에 살고 남들은 모두 100평 집에 사는 경우 B가 있다면, 나는 더 큰 집에 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B를 선택하는데, 그것은 주택이 지위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나는 4주의 휴가를 떠나고 남들은 모두 6주의 휴가를 떠나는 경우 A와, 나는 3주의 휴가를 떠나고 남들은 모두 2주의 휴가를 떠나는 경우 B가 있다면, 나는 A를 택하는데, 그것은 휴가가 남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비지위재라는 증거이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문제는 사람들이 지위재에 촛점을 둔 지위적 경쟁을 벌이면서 지출 경쟁에 뛰어들고 이는 비지위재로부터 자원을 이탈시켜 대규모 복지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
미국에서 최근 몇 년간 교통 지체는 매년 7%씩 증가하고, 지난 20년 동안 연간 노동시간이 증가했고, 저축률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고용안정성과 직무자율성은 크게 떨어졌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는데, 주택과 자동차의 평균 크기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사회 최상위층의 소득증가는 빠른 폭으로 늘고 있는데 반해 중산층은 그 증가 수준이 낮고 하위층은 미미하다. 그런데 최상위층이 넘치는 재력을 바탕으로 소비를 늘이면 중산층도 따라서 소비경쟁에 뛰어들게 되고 중산층 아래 계층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아반테면 만족하던 중산층이 이제는 소나타 정도는 타줘야 중산층으로 대접받는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그래서 남은 것은...? 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여가, 잠, 건강, 가족간의 유대, 인간적인 삶의 상실 등등이다.
남들의 인정?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모든 사람이 경기를 잘 보려고 일어서면 모두가 자리에 앉아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을 생각한다면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제는 그랜저는 타야되는 것이다. -그랜저 TV광고를 한번 잘 보시라. 당신의 가치는 그랜저로 증명된다-
결국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은? 책을 쓰느라 이 문제에 대해 나보다는 더 고민했을 두 사람의 말을 곱씹어 보는 걸로 대신하고자 한다.
- 멍청한 아첨꾼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권력이나 명성 때문에 당신을 사귄다고 말하지 않는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첨꾼을 경계하는 이유는) 운이 좋아 잠시 아슬아슬하게 손에 쥐고 있는 지위가 본질적 자아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
- 지금부터 25년 전 코넬대학의 동료였던 딕 탈러가 나를 와인 시음클래스에 초청한 적이 있다.
이 초청을 거절하면서 나는 한 병에 6달러짜리 와인에 충분히 만족하는데 굳이 그것이 그리 좋은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를 알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로버트 H. 프랭크)
그도 각성제는 했다고 알려졌지만 근육을 불리지는 않았다.
보디 빌더같은 요즘 홈런타자들의 근육과 비교되는 행크 아론의 몸매를 보면서 진정한 다이어트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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