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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박 반장] 꿈틀대는 친이-친박 갈등…폭발의 변수는?

정치부 박병일 기자입니다. 요즘 한나라당이 4월 당협위원장 임기만료를 앞두고 친이-친박간의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4월 총선과 지난해 7월 친박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으로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그런 움직임 속에 포함된 복잡한 친이-친박간의 갈등 구조를 한번 들여다볼까 합니다.

다음 달이면 한나라당의 당협위원장의 1년 임기가 만료됩니다. 각 지역구별로 새 당협위원장을 뽑던가 아니면 기존 위원장을 재임명하던가 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는 지난 총선때 공천 갈등으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친박계 후보들이 한나라당 공천으로 출마한 친이계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되면서 예견됐습니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친박계 의원들은 지난해 8월 대거 복당 조치됐고, 결국 한 지역구 내에 친박계 현역의원과 낙선한 친이계 당협위원장이 공존하는 기형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동안 한나라당내 친박계와 친이계는 끊임없이 알력하고 갈등해왔지만 그것이 표출되는 것을 극도로 자제했던 일종의 불안한 동거생활을 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던 중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의 탈당으로 공석이 된 부산 수영구 당협위원장으로 현역의원은 친박계 유재중 의원대신 친이계인 강성태 부산시의원을 임명하려다가 친박-친이가 논란을 벌였고 결국은 결정이 유보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친이계인 안경률 사무총장과 친박계인 이성헌 사무부총장이 격론을 벌였다는 얘기도 들렸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11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친박계인 중진 현역의원인 이해봉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이런 당협위원장 임명을 둘러싼 갈등 문제를 공식 거론했고, 듣고 있던 친이계 공성진, 박순자 최고위원이 공개 반박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비공개회의에서 친박계 박종근 의원은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각목사태까지 우려된다"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해봉 의원은 공개발언 도중 이런 말도 했습니다. "국내에도 없는 정치실세 이름이 나오고 있고 그 사람으로 인해서 (이런 갈등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공식적으로 당에서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특정 세력화하는 당내에서 또 다른 세력이 성립할 수 있다."

여기에서 '국내에도 없는 정치실세 이름'이란 현재 중국에 있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지칭한 것입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3월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을 당협위원장 임명문제와 관련짓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친이측 당협위원장이 중심이 된 96명의 원외 당협위원장 들은 2명을 제외하고 모두 '당협위원장 추진위'를 구성해 당을 압박하고 있고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귀국하면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믿는 분위기입니다.

당협위원장 문제가 이처럼 친이-친박간 계파 갈등을 표면화시키면서 관심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으로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친이 직계 소장파 의원이자 지난해 이상득 전 부의장을 겨냥한 이른바 '권력사유화' 논란을 일으켰던 정두언 의원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독대한데 이어 지난 9일에는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를 둘러싼 해석도 분분합니다.

당사자들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귀국하면 정치에 관여치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설도 나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필요하면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하면 될 말을 굳이 정두언 의원을 통해서 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가능성입니다.

또, 이 대통령이 친형인 이상득 의원에게 반기를 들었던 정두언 의원을 불러들이고 이재오 전 최고의원에게도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을 들어 집권 2기 당의 구심점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친이계의 두 축인 이상득 부의장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합심해 당의 중심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과 무게중심이 이동될 것이라는 얘기들도 흘러나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귀국한 이후 당내 친이계의 구심점 역할을 계속 이상득 전 부의장이 하게 될 것이냐 아니면 반대로 이상득 전 부의장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쪽으로 구심점을 옮겨가느냐 하는 문제와 연관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친이재오계 내부에서는 정두언 의원의 대통령 독대와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의 비밀스런 회동을 흘린 주체가 이상득 전 부의장측 인사일 것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습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에 대한 일종의 사전 견제라는 주장입니다.

최근에는 친이 직계 의원들의 모임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친이 직계의원들로 구성된 '안국포럼' 소속 의원들이 이틀이 멀다하게 회동하는가 하면 '함께 내일로'도 개별 의원들간 접촉이 부쩍 늘었습니다. 친이재오계 의원들도 최근 회동이 잦아지면서 일부 친이재오계 의원들이 조만간 북경을 방문해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만나려는 움직임도 포착됩니다.

어쩌면, 이런 친이측 의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앞서 말했던 당협위원장 임명문제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분명 당협위원장 문제가 친이측의 대동단결 움직임의 한 동인임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친 박근혜측도 분주합니다.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한 최고-중진의원들의 청와대 회동이후 친박측 내에서는 친박측 의원들이 주축이된 '여의 포럼'과 '선진사회 연구포럼'이 하나로 통합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친박측의 좌장이라고 할 수 있는 김무성 전 최고위원이 이런 주장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한나라당 내에서 당선이 된 친박 의원들과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한 친박 의원들은 각각 두 포럼을 구성해 움직여왔는데 이제 공개적으로 두 포럼을 합침으로써 친박계 의원들이 통일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세 과시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두 포럼을 하나로 합치느냐 아니냐는 그리 괄목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친이측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담기에는 충분하다는 판단도 했을 것 같습니다. 당장 3월에 귀국할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친이 세력을 결집하기에 앞서 친박측의 세를 모아 대항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계산도 했을 겁니다. 한발 더 나아가, 당내 비주류로 남아있는 이들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내년에 있을 전당대회에 대비해 친이측과의 세 대결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는 여전히 이런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먼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계산도 가능하거니와 당내 계파 갈등에 있어 선공을 취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명분싸움에서도 이롭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번 4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의 승패에 따라 현재의 친이 주류로 구성된 지도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 다음에 움직임을 표면화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들도 친박측 내부에서 들립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이전과 다를 바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계파갈등의 조짐이 쉴 새 없이 꿈틀거리는 모양새입니다. 그 잠재된 꿈틀거림이 지표를 뚫고 나올 변수로는 우선 4월 재보선이 될 것입니다.

당장 경주에서 친이측 주류였지만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정종복 전 의원이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친박측에서 정수성 전 장군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을 받아가며 출마채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례적으로 정수성 전 장군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며 자신의 강한 의지를 내보인바 있습니다.

또 하나는 경기 부평을입니다. 친박측인 구본철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공석이 된 이 지역에 다시 친박측 후보를 낼 것인가 아니면 친이측 후보를 낼 것인가도 관심입니다.

또 다른 변수는 앞서 얘기했던 당협위원장 문제입니다. 친박계 현역의원과 친이측 현역 당협위원장간에 갈등이 친이-친박 세 움직임에 큰 변수가 될 겁니다.

이밖에도 3월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귀국하면서 본인의 의사와 관련이 있건 없건 간에 지속적으로 불거질 계파 갈등도 있을 겁니다. 쟁점 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신중론을 제기했던 박근혜 전 대표와 속도전을 강조하는 청와대간의 불협화음이 3월 이후 언제든 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운하 문제 등 각종 국정 현안들도 여전히 잠복된 논란 거리이자 친이-친박 갈등의 변수입니다.

하지만, 친이건 친박이건 내부 계파 갈등이 공멸의 길로 갈 것임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웬만한 일이 아닌 이상 갈등이 '표출' 되는 일은 있어도 '폭발'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극단적으로 분당사태까지 예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선과 같이 엄청난 '파이'를 두고 벌이는 대치가 아닌 이상 친이건 친박이건 그런 모험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지금 쉴 새 없이 째깍거리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어쩌면 영원히 터지지 않을 수도 있는 일종의 '냉전'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치킨 게임'이나 '프리즈너스 딜레마' 같은 국제정치를 설명하는 다양한 게임 이론들이 한나라당내 친이-친박간 냉전구조에서도 적용이 가능할 듯 싶습니다. 3월과 4월 한나라당 내부를 들여다 볼 관전 포인트입니다.

 

[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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