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륙 대회에서 극도의 부진에 빠진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습니다.
그랑프리 파이널과 전일본 선수권대회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며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마오가 왜 갑작스런 부진에 빠졌을까?
마오는 어제 오후 프리스케이팅 훈련에서도 트리플 러츠 점프를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필살기인 트리플 악셀은 연습 초반 한 차례만 시도했을 뿐, 나머지는 더블 악셀에 그쳤습니다.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듯 점프 밸런스가 맞지 않았습니다.
훈련 내내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좁은 링크가 계속 신경 쓰이는지 스케이팅 도중 뒤를 쳐다보는 일이 잦았습니다.
마오는 쇼트프로그램 경기 직전 워밍업 때도 트리플 러츠 점프를 세 번 시도해 모두 실패했습니다. 결국 실전에서 더블 러츠에 그쳤고 3회전 연속 점프마저 실수하며 57.86점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늘 생글생글 웃으며 일본인 특유의 친절한 말투로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해줬던 마오였지만 쇼트가 끝난 뒤엔 퉁명스런 표정으로 "이번 성적에 실망스럽다. 프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짧은 말만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마오의 부진은 타라소바 코치의 부재와 맞물려 더많은 의문점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세계 피겨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알려진 타라소바 코치는 이번 대회에 오지 않았습니다. 타라소바는 지난해 말 전일본 선수권대회 당시 3월 LA 세계선수권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4대륙엔 가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풍긴 적이 있고 건강상의 이유로 장거리 비행을 꺼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마오가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중요한 대회에 오지 않았다는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진짜 이유는 타라소바와 일본 빙상 연맹 사이의 갈등 때문이라는 게 밴쿠버에 모인 일본 언론과 피겨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최근 일본 빙상 연맹 임원진이 바뀌면서 타라소바 코치에 대해 탐탁치않게 생각하는 기류가 형성됐다고 합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는 타라소바지만 실상은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며 일본 빙상연맹에서 타라소바 코치 교체설을 은근히 흘린다는 것입니다.
타라소바는 강압적인 지도 방식과 늘 공격적인 연기를 주문하는 스타일로 유명합니다. 마오에게도 정석 점프 기술과 세밀한 표현력을 가르치기보단 프리에서 트리플 악셀을 두 차례 넣고 마오가 자신 없어하는 러츠 점프를 밀어붙였습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밟아 나가기보다 강한 동기 부여를 통해 최고만을 향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지도 방식 때문에 타라소바 코치로 바뀐 뒤 마오가 달라진 점이 뭐가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타라소바의 스타일에 마오가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일본의 아라카와 시즈카도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자신을 지도하던 타라소바와 헤어진 뒤 새 코치와 함께 금메달을 일궈냈습니다.
타라소바 코치의 지도방식을 둘러싼 마찰, 새로운 임원진의 파워게임, 거기에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상황이 겹치면서 19살 소녀 마오가 흔들리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갑작스런 부진의 원인과 타라소바 코치의 부재 이유에 대해 정작 마오는 굳게 함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월 세계선수권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타라소바와 마오가 결별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일본의 한 빙상 전문 기자는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데이비드 윌슨의 관계가 너무 좋아 보인다'며 동갑이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한 김연아에 비해 아직 어린 마오가 빨리 김연아처럼 진정한 'TEAM'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부러움을 나타냈습니다.
아사다 마오의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일지 아니면 기나긴 슬럼프로 이어질 지 일단 오늘 프리 스케이팅부터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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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스포츠가 좋아 스포츠를 택한 사나이' SBS 스포츠국의 훈남 김현우 기자. 2005년 공채로 입사해 사회부 사건팀에서 맹활약하던 김 기자는 현재 스포츠취재팀에서 빙상과 축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국 최초 우주인 탄생을 현지 취재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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