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서남부 연쇄살인범 강호순(38)에게 피살된 피해자 유족들은 잔혹한 범죄에 울고 취약한 범죄 피해자 구조제도에 또 한번 울게 됐다.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기 어렵고 범죄 피해자나 가족에게 지급되는 보상금 액수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형사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은 국가나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배상명령제와 범죄피해자 구조제 등의 법적 구제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 박균환 과장은 "통상 살인범의 경우 재산이 없어 승소해도 실익이 없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해 사들인 상가 등 부동산과 주택 전세금이 있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범죄 피해자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국가와 공무원의 위법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각되는 사례가 많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피살된 여성 6명의 유족 9명은 "경찰이 가출신고를 받고도 초동수사를 소홀히 해 살인사건으로 이어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1, 2심 재판부는 "경찰관의 책무를 소홀히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서울고법이 2003년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이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아더 패터슨에 대한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아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주해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들의 항소를 기각한 사례도 있다.
같은 날 서울지법은 같은 사건으로 피해자 유족이 패터슨과 리, 그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2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가 모두 패소한 것만은 아니다.
서울고법은 2006년 탈영병이 살인행각을 저질러 피해를 입은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한 원심을 깨고 "3억7천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중범죄를 저지른 형사 피의자의 소재를 파악하고도 방치한 경찰관들과 신병 처리와 관련해 군 수사기관에 문의하는 등의 조치 없이 휴가를 허가한 지휘관의 의무 위반과 범행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강호순 사건의 경우 실종을 '단순 가출'로 판단해 조기 해결의 기회를 놓치거나 사건을 감추려 했다는 초동수사 부실 논란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유족이 국가 상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강도, 절도, 폭력 등 강력 범죄의 피해자나 가족이 1심 또는 2심 공판이 종결되기 전까지 법원에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생명이나 신체를 해하는 범죄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을 경우 범죄피해자구조법에 따라 구조금을 신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망자 유족이 받을 수 있는 구조금은 최고 1천만원이고 1~3급 장애를 당했을 경우 300만~600만원이 고작이다.
그나마 지원 대상이 가해자 불명 또는 무자력 사유로 있거나 범죄로 인해 생계가 곤란해야 하는 데다 심의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공익변호사그룹 황필규 변호사는 "국가상대 소송은 국가나 행정당국, 공무원의 위법성이 인정돼야 하기 때문에 승소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며 "범죄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도록 범죄피해자 보상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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