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가 29일 사법역사상 처음 실시한 법관평가 결과 대법원에 제출해 이번 평가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어떻게 활용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인들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던 판사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평가방식을 놓고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는 등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 어떻게 평가했나 = 서울변호사회는 작년 12월 회원 6천300여명에게 A4 용지 1장으로 된 법관평가서를 보냈다.
법관평가서 맨 위 칸에는 변호사들이 자기가 평가할 판사 이름을 적게 돼 있고 평가 항목은 '자질 및 품위', '재판의 공정성', '사건처리 태도'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7개 세부 항목에 따라 'A(매우 좋다)'부터 'E(매우 나쁘다)'까지 객관식으로 선택하는데 가장 좋은 점수를 모두 합치면 100점 만점이 된다.
평가 대상은 서울지역 법관 약 700명이며 회원들은 몇 명이든 원하는 만큼 평가를 할 수 있다.
변호사들이 평가서를 우편으로 반송하면 서울변호사회는 이를 취합해 전산에 입력하고 평가를 받은 법관별로 평균 점수를 낸다.
28일까지 접수를 마감한 결과 모두 1천39건이 접수됐는데 1건 이상 평가를 받은 법관은 456명, 5건 이상 받은 법관은 47명이었다.
변호사회는 공정성을 위해 5건 이상 평가를 받은 법관 중 평균점수를 기준으로 영역별로 '최상위 법관', '최하위 법관' 각각 10명을 선정한 것이다.
◇ 신뢰성 있나 = 가장 많은 평가를 받은 법관이 13명으로부터 평가를 받은 경우다.
하지만 5∼13명의 변호사가 1명의 판사에 대해 내린 평가가 통계로 얼마나 신뢰성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큰 사건은 한 재판에 여러 변호사가 공동변호인단을 꾸려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극단적으로는 이들이 공동 불만을 느낀 한 법관에 대해 의견을 같이해 평가한다면 해당 판사가 매우 낮은 점수를 받는 일도 가능하다.
이번 평가가 법조계 전반의 의견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있는 일부 변호사의 입장이 과다하게 반영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표본이 워낙 적다 보니 최고점과 최저점을 빼고 나머지를 평균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다는 말도 나온다.
대표성 문제도 있어 서울변호사회 소속 회원 중 평가에 참여한 변호사는 491명으로 7.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엇갈리는 법조계 반응 = 법관평가제에 대해 법조계 의견은 분분하다.
한 변호사는 "형사재판보다 민사재판에서 법관의 독단적 재판 운영이 문제 되는 경우가 많아 평가는 어떤 식으로라도 필요하다. 일단 시작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보며 방법은 추후 다듬으면 될 것"이라고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대법원이 신경을 안 쓰겠다고 하지만 명단이 제출되면 일단 궁금해서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판사로서는 아무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은 "재판의 직접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변호사가 평가 주체여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칫 재판의 독립을 훼손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변호사회가 제출한 평가결과를 인사참고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하창우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이 법관 승진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평가가 쌓인다면 인사 자료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민은 성적 좋은 법관이 아니라 재판을 잘하는 법관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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