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의 일부 강경파들이 필요시 언제라도 공격을 재개하겠다는 위협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이집트를 매개로 3각 협상에 나선 양측의 대표들은 각각 18개월(이스라엘)과 12개월 (하마스) 휴전안을 내놓은 상태여서 적어도 1년 이상의 휴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입니다.
불안하나마 이렇게 휴전이 성사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인사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꼽힙니다.
SBS 뉴스를 통해 이미 보도가 됐습니다만 반 총장은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격 중단 선언이 나오기 1주일 전부터 휴전을 이끌어 내기 위해 중동 지역 순방에 나섰고 저는 이 여정을 동행 취재하는 드문 기회를 얻었습니다.
▲ 현재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은 물론,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영향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나라는 모두 방문해 휴전 중재에 나설 줄 것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사안의 중요성 때문인지 취재단에는 SBS 외에 BBC와 Reuter, ABC, 블룸버그, NHK 등 세계 유수의 언론사 특파원들이 대거 합류했습니다.
순방은 14일 이집트 - 요르단을 시작으로, 15일 이스라엘, 16일 팔레스타인 - 터키, 17일 레바논, 18일 시리아 - 쿠웨이트, 19일 다시 이집트 - 이스라엘, 20일 가자지구까지 이어지는 일정이었습니다.
6박 7일 동안 무려 11개국을 돌며 해당 국가의 대통령과 총리, 외무장관 등 주요 지도자들과 의회 관계자, 시민사회 단체 인사들을 두루 만나는 한편 평화유지군을 포함한 유엔 기관들도 방문하는 일정으로 짜이다 보니 새벽에 일어나 자정 넘는 시간까지 잠시도 쉴 틈 없는 살인적인 스케줄의 연속이었습니다.
▲ 이스라엘 페레즈 대통령과 합동기자회견. 공격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페레즈 대통령의 면전(?)에서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반기문 총장.
▲ 반기문 총장은 팔레스타인 압바스 수반과도 접촉했는데 하마스가 부패, 변절자로 지목한 인물이라 약발(?)은 별로 없다네요.
하루의 공식 일정은 대개 아침 7시 전후해 시작돼 자정쯤 끝나는데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과 연설 준비, 참모 회의, 기자간담회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돼 반 총장의 하루 수면 시간은 3시간을 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 비행기로 이동중에도 좁은 기내에서 참모들과 희의에 여념이 없는 반 총장.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60대 중반 고령이 소화하기엔 보통 무리한 일정이 아니었는데도 반 총장은 어느 한 순간도 피곤한 기색 없이 특유의 온화한 표정으로 빡빡한 스케쥴을 차질없이 이행해 나갔습니다.
오히려 3, 40대가 대부분인 기자단은 비행기에서나 이동 차량 안에서 틈만 나면 눈을 붙이느라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지만 반 총장은 비행기 안에서 조차 각종 서류를 뒤적이며 뭔가를 준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반 총장의 부지런함이야 국내 외교관시절부터 정평이 나 있지만 막상 살인적인 일정을 무리없이 처리해 나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눈으로 확인하니 '출세'의 1차 조건은 체력 또는 정신력이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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