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시청하면서 항상 궁금했던 것이 있습니다. 기자 자신의 생각과 보도하는 뉴스의 내용은 같은가, 아니면 다른가 하는 점입니다. 모든 뉴스가 궁금증을 부르는 것은 아닙니다. 궁금증은 주로 정치 뉴스, 특히 국회와 대통령 관련 뉴스를 시청할 때 일어납니다. 그런데 최근 여야 의원들의 격한 충돌에 대한 국회출입 기자들의 생각이 SBS 홈페이지 '취재파일'에 실렸습니다.
SBS 보도국 정치부의 박병일 기자와 정준형 기자의 글은 이즈음 국회에 대한 비난여론을 보도한 SBS 뉴스에 비해 기자 자신의 국회평가는 매우 신중하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7일 SBS 8시뉴스는 낯 뜨거운 난투극까지 벌어진 국회에 대해 국민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여야가 국회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는데, 이 역시 아전인수이고 제 입맛대로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이틀 뒤인 9일 홈페이지에 나온 정 기자의 글은 여야의 국회법 개정 추진 방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여당이 국회 안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한 처벌과 불법 점거를 일삼는 정당과 의원들에 대한 법적인 제재조치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한 가지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킨 나머지 소수정당이 저항할 힘을 없애버리고 이른바 다수결의 횡포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해 12월 19일 SBS 뉴스는 "국회는 이제 국민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는 무법천지가 돼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회사태를 표현하는 말도 거칠었습니다. '난장판'은 부드러운 편이고, '아수라장'이라는 말까지 나왔으며, "이게 국회인가?"라는 탄식으로 시작한 뉴스도 있었습니다. 지난 1일 뉴스의 결론인 "국민을 위해 싸운다는 여야. 정작 국민은 전혀 반갑지도 고맙지도 않다"는 말은 국회를 보는 뉴스의 시각이 얼마나 굴절되어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반면에 정 기자의 글은 지금 상황에서 국회에서 폭력을 몰아내자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가 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글은 이어 지금 언론들이 집중 부각시키고,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국회의 물리적 충돌과 점거 농성, 폭력적 행동은 국회 여러 모습의 한 단면일 뿐인데, 많은 분들이 이것만을 보고 국회와 정치인을 욕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병일 기자의 글도 국회 폭력사태를 비판하면서도 172석의 공룡여당에 맞서는 소수 야당으로서 다수당의 무소불위의 힘을 저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현실적 상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기자들이 인터넷에 쓰는 신중하고 균형 잡힌 '취재파일'에 비해 뉴스는 훨씬 거칠고, 상투적이며, 지적인 분석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에 쫓긴 기자들이 몇 마디 문장 속에 자신의 생각을 압축해 내지 못하고 사회통념대로 보도하고 말기 때문입니다. 국회비하 풍조는 "여기가 국회야? 왜 싸워"라면서 애들 싸움을 말린다는 농담이 잘 말해줍니다. 그런데 거꾸로 사회통념은 바로 언론의 생각 없는 보도들에 의해 만들어 집니다.
SBS 뉴스는 비판의 칼날을 유감없이 휘두르는 국회관련 보도에 비해 청와대 보도를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다룬다는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뉴스는 좀처럼 대통령의 발언을 분석대상으로 삼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을 일일이 비판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대통령은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발언에 아무런 해석을 달지 않기 때문에 말의 진정한 의미가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SBS 뉴스의 보도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중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신년사, 지난 5일 재계에 대해 내놓은 투자에 앞장서 달라는 요청,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으니 더욱 치밀하고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난 8일자 지시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발언의 배경을 분석하지 않을 경우 의미 있는 메시지라기보다는 빤한 말로 받아들이기 마련입니다.
지난 2일 뉴스는 이 대통령이 "닥쳐 올 어려움에 미리 대비하면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난 극복에 자신감을 나타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비무환'을 강조한 대통령의 말을 경제난 극복의 자신감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분석이 필요합니다. 뉴스는 지난 12일 이 대통령이 국회 폭력사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야당은 즉각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대통령의 말이 야당에 대해 법안 실력저지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분석은 너무 추상적입니다. 국회 경위권 발동은 의장의 권한이고, 의원들에 대한 제재는 현행법상 국회 결의로만 가능한데, 대통령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은 무엇을 하겠다는 뜻인지를 추적하면, 대통령이 야당과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무릅쓰고 이런 말을 한 진짜 배경이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말이 뉴스가 되는 것은 국정의 방향을 가늠해 보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말, 특히 경제위기와 관련한 대통령의 말에 대한 신뢰수준은 매우 낮습니다. 대통령이 자주 말을 바꾼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언론이 대통령의 말을 단순 전달만 할 것이 아니라 해석을 붙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통령의 말에 대한 찬반을 표시하라는 것과는 다릅니다. 말의 의미를 분석해서 보여주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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