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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그러진 경찰청장 임기제

어청수 경찰청장이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사의를 표명하고 후임 청장 인선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경찰 임기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장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2년의 임기를 부여한 경찰청장 임기제는 2003년 도입됐다.

그러나 이후 어 청장을 포함해 네 명의 청장이 지나갔지만 임기를 끝까지 채운 청장은 이택순 전 청장밖에 없고 그나마 이 전 청장도 임기 중 사퇴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임기제 경찰청장 시대를 열었던 최기문 11대 청장은 2년 임기가 보장돼 있었는데도 퇴임을 3개월 앞둔 2004년 12월 자진해 사표를 냈다.

최 전 청장은 당시 "경찰 인사 주기와 청장 임기가 맞지 않아 조직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사임한다"고 설명했지만 경찰 주변에서는 경무관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안에 대해 여권 핵심부와 의견 충돌을 견디지 못하고 사퇴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12대 허준영 청장은 2005년 11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대규모 농민 시위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가 숨지자 강력한 사퇴 압력에 시달리다 결국 그해 말 사표를 제출했다.

허 청장의 뒤를 이은 이택순 13대 청장은 임기를 다 채웠지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 수사를 둘러싼 지연 시비 등으로 강력한 퇴진 압력에 부딪혀야 했다.

그러나 2008년에 취임한 어 청장의 사표는 다소 의외라는 시각이 많다.

직무 집행 과정에서 눈에 띄는 큰 실책을 저질렀다든지 다른 결격 사유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임기를 1년 앞두고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은 아무래도 권력핵심부와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어 청장은 작년 촛불집회를 성공적으로 막아낸 공로를 인정받아 왔고 그를 괴롭혔던 종교편향 시비도 지금은 수면 밑으로 내려간 상태인 점도 그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어 청장이 교체된 것을 두고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인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에게 밀린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어 청장은 "집권 2년차를 맞아 새롭게 진용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자진해서 물러나기로 했고, 임기제는 부당한 외압에 의한 사퇴를 예방하는데 취지가 있지만 스스로 조직 발전을 위해 용퇴하는 것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경찰청장 임기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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