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오전 11시쯤, 노동부 산하의 서울 관악 종합고용지원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실업 급여 신청과 수령, 취업 교육, 일자리 알선 등이 이뤄지는 기관입니다.
<실업 급여>는 근로자가 실직했을 때 일정 기간(최장 6개월 정도) 동안 실직 전 평균 임금의 50%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센터 담당자는, "오늘이 수요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다" 라고 말했지만, 오픈 시간이 1시간 남짓 지났는데도 벌써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140명이 실업급여를 새로 신청하러 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평균 330명으로 2.4배나 늘어났다 합니다.
센터 한 곳에서만 그 정도 증가했으니, 전국 단위로 보면 더욱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특히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계약직 근로자들이 12월 말에 해고된 사례(재계약 거부) 가 많다보니 1월 들어 실업급여 신청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곳에서는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과거엔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들의 30% 이상이 재취업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말부터는 10% 정도로 취업률이 뚝 떨어졌습니다.
경기 침체로 새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어졌지만, 직장을 잃으면 다시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죠.
회사들마다 긴축 운영과 비용 절감에 나서면 가장 먼저 정리 대상이 될 '비정규직 근로자들' 과 경험 적은 '청년층 근로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이들 가운데 유난히 젊은 남자 하나가 눈에 띄었는데 올해 27살인 이 사람은 '계약직으로 일하다 정규직 전환 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외국계 회사에 자동차 기술자로 들어갔지만, 모기업이 한국 내 사업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우선 정리대상'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제게, 이 청년은 "요새 새로 직장 구하기도 힘든데..."라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 끝을 흐렸지만 "그래도 혹시, 아직 젊으니까 뭔들 할 일이 없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의 신규 취업자 수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 증감)는 2007년 12월보다 만2천 명 줄어들면서 5년 만에 처음으로 '순감'을 기록했습니다.
일자리가 늘어나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있던 일자리도 없어진 셈입니다.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경기 침체가 더욱 심해진다고 하는데, 이에 따라 기업들의 생산활동도 위축되고, 고용사정은 더욱 안좋아질 것이 자명합니다.
건설업과 조선업을 시작으로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회사에 다니고있는 사람들도 불안해 하고 있지만, 아예 취직을 포기한 사람 수도 1년 새에 42%나 늘었다는 통계를 보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불안감은 극도에 달한 것 같습니다.
새 일자리를 만들기는 커녕, 있던 일자리 지키기도 버거워 보이는 상황입니다.
최근 노동부에서 '대졸 초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임금과 근로시간을 줄여 현 고용을 유지하기로 노사가 협의하는 등 <일자리 나누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경제위기를 절감하고, 서로 고통분담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통계청의 '고용 동향'은 매달 발표됩니다.
최근 매달 눈에 띄게 고용 사정이 나빠지다보니, 상황을 잘 보여주는 현장에 가기 위한 '고민'도 깊답니다.
다음 달엔 또 어디서 취재를 해야 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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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백화점과 할인점을 누비며 알짜 생활정보를 전해주던 남정민 기자가 지금은 기획재정부와 공정위를 출입하며 굵직한 경제 뉴스들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2002년 SBS 공채로 입사한 남 기자는 여기자 특유의 꼼꼼한 취재에 해맑은 외모로 개인 블로그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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