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결합한 팩션 사극이 대학로 무대에 잇따라 오른다.
연극 '마리화나'(12.5-1.24, 마방진 극공작소)는 세종대왕의 며느리였던 봉씨가 대식(동성애)으로 폐출당한 사건을 담고 있는 조선왕조실록(세종 18년)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이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극작가 고선웅 씨는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해 조선 궁궐 안에서 은밀하게 벌어진 동성애 사건을 유쾌하게 펼쳐낸다.
세자의 사랑을 받지 못한 세자빈 봉빈은 그 모멸감과 외로움 때문에 카마수트라를 탐독하고 궁녀와의 대식도 서슴지 않는다. 봉빈을 남몰래 사랑한 내관 용보는 봉빈에 대한 욕망을 다른 내관을 통해 해소한다.
이렇게 억압당한 욕망이 잘못된 방향으로 은밀하게 피어오르면서 왕세자 부부와 내관, 궁녀 등 일곱 남녀의 관계가 얽히고 설키게 된다.
15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막한 '누가 왕의 학사를 죽였나'는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원작자인 이정명 씨의 역사추리소설 '뿌리깊은 나무'를 각색한 작품이다.
세종25년, 훈민정음 반포를 앞두고 우물 속에서 집현전 학사의 시체가 발견되고 첫 번째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풀기도 전에 두 번째, 세 번째 죽음이 이어진다.
7일간 벌어진 집현전 학사 연쇄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두 시간의 공연으로 압축된다.
치밀하게 짜여진 추리극을 따라가다 보면 한글 창제의 속사정과 그 원리도 배울 수 있다.
15일 정보소극장에서 개막한 '설공찬전'(각본.연출 이해제)은 1511년 문신 채수가 지은 동명 한글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저승에서 내려온 귀신 설공찬이 남의 몸을 빌어 이승에 머물면서 현실정치를 비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승에 간 설공찬은 아버지에게 못다한 효를 행하기 위해 사촌동생의 몸을 빌려 관직에 오르려 하지만 현실의 부정함을 깨닫고 부패한 사람들의 몸 속을 넘나들며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한다.
연극은 앞부분만 남아있는 원작소설의 공백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메우면서 인물과 사건을 새롭게 창작해 낸다.
23일 개막하는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연출 이현규, 해피씨어터)에서는 충무공 이순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연극 '난중일기에는 없다'(극본 이주용)를 각색한 이 작품은 역사책에 등장하지 않는 이순신의 3일간의 행적을 유쾌하게 그린 코미디다.
극 속에서 명장 이순신의 카리스마는 온데 간데 없고, 배고픈 나머지 먹을 것에 연연하고 화가 나면 왜군에게 욕을 거침없이 퍼붓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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