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반기문 총장 "중재 어렵네"…12시간 마라톤협상

도착직후 유엔건물 폭격에 격노..이스라엘 `벽' 실감

가자 사태 해결의 중재역을 자임하며 중동 6개국을 순방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5일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 최고 지도자들과의 릴레이 협의에서 가자 지구에 대한 공격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시몬 페레스 대통령,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에후드 바락 국방장관,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 등 4명과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오가며 장장 12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벌인 결과는 반 총장이 밝힌 것처럼 반드시 '건설적이고 유익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들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답변만 앵무새 처럼 들으면서 이스라엘의 '벽'을 실감한 하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망자가 1천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국제 사회의 집중적인 비난에 직면한 이스라엘이 이제는 물러설 구실을 찾고 있다고 보고, "유엔 사무총장의 인도주의적 요청을 받아들여"라는 명분으로 휴전 선언에 합의해 주기를 바랐던 당초의 기대는 빗나간 셈이다.

오히려 그의 텔아비브 도착 직후인 15일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구의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본부 건물에 폭탄 공격을 퍼부어, 최소한 3명이 부상하고, 구호품이 가득차 있던 창고 건물을 폭파시켰다.

반 총장은 화가 오를데로 올랐다. 그는 곧바로 바락 국방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폭격 사태를 강력히 항의했고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바락 장관은 "(이번 포격은) 중대한 실수였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이어 가진 리브니 외무장관과 올메르트 총리, 페레스 대통령 등과의 회담에서 이스라엘측은 사과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강변하는데 주력했다.

올메르트 총리는 "그쪽에서 공격해와 응전한 것"이라며 국방장관의 말과는 딴판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오는 2월 총선에서 집권 카디마당의 당수로 총리직에 도전할 예정인 리브니의 태도는 강경했다.

리브니 장관은 반 총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민의 살상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하마스가 시민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하마스측을 비난했다.

그녀는 이어 "우리는 유엔의 정식 회원국이지만, 하마스는 회원국이 아니다. 그들은 자유세계의 이념을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유엔이 하마스를 편드는 듯한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을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대한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의무가 있다"고 강변했다.

그녀는 이스라엘 현지 TV의 즉석 요청에 따라 히브리어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정치적 제스처까지 취하면서 단호한 표정으로 시종했다.

리브니의 답변을 듣고 있던 반 총장은 착잡한 표정이었다.

반 총장은 "책임있는 유엔 회원국으로서 이스라엘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휴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 지도부의 정치적 의지에 달려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가자지구의 사망자 규모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제는 폭력을 끝내는데 필요한 요건들이 갖춰진 것으로 생각된다"며 즉각 전투를 중단하고 협상을 통해 영구적인 휴전의 구체적 조건과 기한에 대해 논의하자고 재차 압박했다.

그러나 리브니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언제 어떻게 이 공격을 끝낼 것인지는 이스라엘이 결정할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그녀는 "매일 매일 우리 스스로 전쟁 상황을 평가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언제 중단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정부 지도자들과의 비공개 협의에서 금명간 휴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감'을 잡은 것이다.

이들이 확약하지는 않았지만, 금주말께는 이번 사태의 중대고비가 될 것이라는 것이 반 총장을 수행한 한 유엔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이터 통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일인 오는 20일이 이번 전쟁의 데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가 이스라엘땅에서 그 정부를 향해 "더 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다", "사망자수가 용납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즉각 전쟁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국제지도자들의 대이스라엘 항의 목소리를 주도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반 총장은 이날 이스라엘측과의 협의 중간 중간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토니 브라운 영국 총리,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등과도 전화통화를 갖고 사태 진전과 관련된 논의를 했으며, 16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터키 등을 방문하는 과정에서도 당사국 및 주변국과의 중재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루살렘=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