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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정치학…이스라엘 리더들의 동상이몽

다시 불붙은 중동의 화약고, 이민주 특파원 전선을 가다 ④

가자지구에서 숱하게 발생하는 무고한 인명피해에서 보듯 전쟁이 터질 때마다 죽어나는 건 대부분 민초들입니다.

전쟁을 이끄는 지도자들은 승장의 경우 인기가 치솟아 선거에서 승리로 보상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패장이라 하더라도 정치무대에서 퇴장을 요구받게 되는 정도지요.

지도자들의 결단에 따라 전쟁 양상이 바뀌고 희생자들의 숫자도 달라지지만 그 결단의 배경이 반드시 자국민의 이익이 아닌 지도자들 자신의 정치생명에 대한 고려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전쟁은 현실정치학의 무시못할 변수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전쟁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거나 개척한 대표적인 사례로 사담 후세인이나 부시 부자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벌써 3주째에 접어들고 있는 이번 전쟁의 전개 양상도 관련 지도자들의 정치 지형과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비리 연루 혐의로 시한부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올메르트를 제외하면) 쌍두마차격인 바라크 국방장관과 리브니 외무장관, 그리고 극우당 당수 네탄야후의 발언과 현재 입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노동당의 대표주자인 바라크는 국방장관으로서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상기 3인 가운데 가장 비둘기파로 분류됩니다.

확전을 주저해 왔을 뿐 아니라 프랑스가 제안한 인도적 차원의 한시적 휴전안을 이스라엘 각료 중에서 가장 앞장 서 받아들이자고 주장한 인물도 바라크입니다.

전쟁 수행을 책임지는 국방장관으로서 아군의 희생을 최소화한 채 가급적 빨리 소기의 성과를 거둔 뒤 승리를 선언하는 게 바라크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입니다.

치열한 지상전 와중에도 이스라엘측 사망자는 열명 남짓으로 막아내고 가자지구 주요 거점 장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현재 상황은 바라크 장관에게는 최상의 그림이고, 그래서 기회있을  때마다 휴전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개전 이후 바라크의 인기도는 급상승하고 있지만 만일 지상전이 확대돼 이스라엘 군 사상자가 늘어나고 전쟁이 장기전의 수렁에 빠져든다면 한순간에 책임론에 휘말려 낙마할 가능성 또한 상존합니다.

중도우파로 분류되는 집권 카디마당의 당수 리브니 외무장관은 목표대로 차기 총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강한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심어줄 필요가 절실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전쟁은 그녀에게 더할 나위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평화협상에서는 양보가 지나치다며 극우파의 공격을 받아온 그녀이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시종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습니다.

전쟁을 지속해 과감한 결단력과 지도력을 보여주면서 하마스 세력을 뿌리 뽑을 수 있으면 그 자체로도 플러스이지만,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 군의 피해가 늘어나 라이벌 바라크 국방장관이 상처라도 입게되면 그 역시 정치인으로서의 그녀에게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입니다.

야당으로서 한걸음 비껴나 있기는 하지만 네탄야후 리쿠드당 당수는 가만히 있어도 지지가 결집되는 행운을 누리고 있습니다.

전쟁같은 위기상황이 닥치면 의례 우리나라도 그렇듯 국민들의 안보심리가 자극돼 우파의 지지도가 올라가게 돼있고 이런 사정은 이스라엘도 예외는 아닌가 봅니다.

이스라엘은 다음달 10일 총선을 치를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결과, 리브니의 카디마당과 네탄야후의 리쿠드당이 제1당 각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바라크의 노동당이 그 뒤를 바싹 추격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스라엘의 희생은 최소로 막은 채 하마스에게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힌 뒤 전쟁이 승리로 마무리 된다면 리브니와 바라크가 이끄는 연립정부가 다시 구성될 확률이 크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네탄야후의 압승이 예상됩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압바스 수반의 경우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지갑을 주운 케이스라고 하겠습니다.

지난 8일에 이미 4년 임기가 끝났지만 전쟁통에 선거를 치를 수 없는 형편이라 임기가 1년 뒤 총선 때까지 자동으로 1년 늘게 생겼습니다.

(물론, 하마스는 압바스를 수반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이 팔레스타인인들의 공분을 불러와 온건 노선의 현 자치정부 보다는 투쟁 노선의 하마스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세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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