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관련 논문 조작 의혹에 관한 연세대 당국의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당초 문제를 삼았던 최초 제보자가 공식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조작 책임 공방이 '제 2 라운드'로 접어들 전망이다.
전 연세대 연구조교수 A 박사는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제출한 이의신청서에서 ▲학교 측이 논문의 전체적인 조작 의혹을 조사하지 않았고 ▲조작 결론을 내면서도 제1저자인 의대 교수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학교 당국이 교수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사 내용을 축소·왜곡했다"며 재단이 철저한 조사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도자료-보고서 '본질적 차이' = 연세대 연구진실성조사위원회는 6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작년 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서 연세대는 "논문에 기술된 핵심 물질이 완전한 형태로 존재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고 논문에 중복 사용된 그림도 발견됐다"며 논문이 일부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후속 조치로 "교신저자인 L 교수의 징계 처리를 교원인사위원회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도자료만 보면 연세대가 L 교수에 대해 논문 조작의 책임을 물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연세대의 실제 조사결과 보고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관련자들의 '책임' 관련 부분에서 보도자료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보고서에서 연세대는 논문 조작의 모든 실체적 책임을 당시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공동 제1저자 K 박사(캐나다 거주)에 돌렸다.
반면 연구 책임자로 교신저자이자 공동 제1저자인 L 교수에 대해서는 "논문 발표 후 막대한 연구비를 투여해 재현실험을 시도한 것으로 볼 때 논문의 의도적인 조작을 주도 혹은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작의 실체적 책임은 없다는 결론을 냈다.
다만 교신저자로서 특히 연구감독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고 재현불가 의혹에도 불구하고 논문철회 요청 등 후속조치를 뒤늦게야 취했다며 도덕적, 행정적 책임만 물었을 따름이다.
공동 제1저자로 등재된 의대 K교수에 대해서도 "실험 데이터 및 논문 작성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 박사는 "논문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논문 재현을 명목으로 막대한 연구비와 특허비를 탄 것에 대해 책임을 묻기는커녕 오히려 면죄부의 근거로 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핵심물질 부재'의 진실은 = 2000년 네이처 논문에 기술된 것과 사실상 같은 핵심물질이 2004년 캐나다와 일본, 미국의 다국적 연구팀이 당뇨병 분야 권위지인 『다이어비티스』지에 실은 논문에도 등장한다는 의문점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연세대는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논문의 조작 가능성을 설명하면서 "논문에 언급된 '벡터'가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으며, 네이처 논문과 다이어비티스 논문에 등장하는 벡터는 엄연히 다른 물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벡터란 세포가 특정한 성질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 유전적으로 조작된 일종의 매개체를 말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생물학 연구자들의 모임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서는 "벡터라는 것은 핵심물질과 그 물질의 운반체가 결합한 것일 뿐 실험에 따라 벡터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논문을 비교해 보면 벡터는 다르지만 핵심물질은 같은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네이처 논문과 다이어비티스 논문 중 하나만 조작일 가능성보다는 양쪽 다 조작이거나 양쪽 다 조작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A박사는 "두 논문을 보면 사실상 같은 벡터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결국 다이어비티스 논문도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학교 당국은 자세한 설명이 없이 서로 다른 물질이라고만 주장하는데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세대에 의해 조작 '주범'으로 지목된 K 박사는 본인이 네이처 논문 조작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근거로 다이어비티스 논문에서 보고된 실험 결과와 저자들의 증언을 들고 있다.
하지만 연세대는 "벡터가 다르면 전혀 다른 실험 결과가 나오는 만큼 2004년 다이어비티스 논문에 언급된 물질은 2000년 네이처 논문의 진실성을 입증할 중요한 내용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 '논문 중복게재'..남는 의혹 = A 박사는 L 교수가 문제의 네이처 논문을 2004년 당뇨병 전문 저널인『다이어비티스 리서치 앤드 클리니컬 프랙티스』에 중복 게재한 사실도 추가로 폭로했다.
L 교수는 당시 단독 명의로 이 논문을 게재했다가 1년 뒤인 2005년 '저널 편집자와 저자의 요청'에 따라 자진철회했다.
A 박사는 "L 교수가 2001년부터 논문이 재현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2004년 문제의 논문 내용을 그대로 베껴서 마치 본인이 혼자 쓴 것처럼 단독 명의로 중복게재한 것은 명백하게 연구윤리를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L 교수는 "당시 학술지에서 단행본을 내는데 논문이 필요하다고 해서 보냈는데 착오로 인해 논문이 실리게 됐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진해서 논문을 철회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학교 당국이 이 부분에 대해 L 교수의 책임을 묻지 않은데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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