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이스라엘 의회 크네세트.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가자지구 공습사태와 관련, 의회 보고를 통해 "이번 공습으로 현재 300명의 테러리스트를 제거했다"고 밝히자 한 의원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는 "민간인 피해가 적지 않았다는데 여성과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말 해봐라"라며 고함을 치다가 결국 퇴장 명령을 받고 경위들에 의해 의회 밖으로 끌려나갔다.
전시 상태에서 국방장관에게 '적'의 민간인 피해를 따져 묻는 그는 누구일까.
그의 이름은 아흐메드 티비로 아랍계 이스라엘인이자 이스라엘 내 아랍연합정당 소속 의원이다.
이스라엘에는 티비 의원처럼 이스라엘 국적을 갖고 있는 아랍인이 140만명에 이른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 707만명(이상 2007년 1월 기준)의 20%나 되는 비율이다.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출신 아랍인들이 시민권을 갖고 살게 된 배경은 1948년 1차 중동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 국가수립 선언과 동시에 발발한 1차 중동전쟁 당시 피난 가지 않고 이스라엘에 남았거나, 피난을 갔다가 1952년 이전에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온 아랍인들은 이스라엘 시민권 내지 영주권을 받았는데 이들이 바로 오늘날 아랍계 이스라엘인의 시초가 됐다.
표면적으로는 이스라엘 안에서 유대인처럼 평등권을 보장받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 속에서 곤궁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랍계 이스라엘인의 현실이다.
그들이 최근 가자지구 사태 때문에 울분을 삼키고 있다.
국적은 이스라엘이지만 그들의 뿌리는 팔레스타인이기 때문에 400여명의 동족이 숨진 가자 사태의 슬픔이 남의 일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습 반대 시위라도 했다가는 '국가를 내팽기친 반역자'로 몰리기 십상이어서 속으로 눈물을 흘릴 때도 많다.
아랍계 이스라엘인 루함 남리(31)는 아랍에미리트 일간 더 내셔널과 인터뷰에서 "가자 사태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우리에게 국가와 동족 중 한 편을 선택하길 바란다. 왜 그래야 하나. 학살을 비난하는게 반역자로 몰려야 할 일인가"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라닌 게리스(29.여)도 "가자지구 공습 뉴스를 접했을 때 아랍인 마을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며 "하지만 시위라도 한다면 경찰이 진압과정에서 우리를 어떻게 다룰지 두려워 솔직히 시위 참여에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 팔레스타인에서 제2차 인티파다(민중봉기)가 일어났을 때 이스라엘 내에서 지지시위를 벌이다 아랍계 이스라엘인 13명이 경찰 발포로 숨지는 등 이스라엘 내 시위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의 분노어린 시위는 이스라엘 전역에서 산발적으로 계속되고 있고 경찰에 체포된 인원은 이미 100명을 넘어섰다.
림 하잔(25)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평화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 안에서 유대인과 아랍인간 관계도 절대로 안정될 수 없다"며 "불행한 일은 양측간 평화 구축이 요원하기만 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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