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입법전쟁을 매듭짓지 못한 채 1일 새해를 맞이하자 협상을 이끌었던 여야 원내사령탑 뿐 아니라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언론관련법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등 쟁점법안에 대한 연내 처리를 공언했지만 결국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협상 파트너인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및 상임위 회의장 점거를 등에 업고 협상에 임하는 형국이다. 협상 전략으로 대안을 내세우기보다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볼모로 잡은 꼴이다.
◇홍준표 원내대표 = 172석의 골리앗 한나라당은 숫자의 힘에 내심 기대를 걸었지만 막상 입법전쟁이 개시되자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전략적 요충지인 본회의장을 민주당에 뺏기고 나서야 이를 파악한 당 지도부는 이후 언덕을 올려다 보며 전투를 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에 빠졌다.
또 홍 원내대표가 `언론관련법은 2월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한 자신의 발언이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즉각 부인했다가, 다음날은 당 소속의원들에게 이를 협상카드로 제시했다고 오락가락 입장을 바꾼 것도 불신을 초래했다.
이런 홍 원내대표에 대한 당내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 만나 "홍 원내대표가 뛰어난 전략가이기는 하지만 사전에 여당 의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국회의장과의 대화가 부족했다"며 "너무 개인기에 의존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날 열린 의총에서도 국회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재야의 종소리를 들어야 했던 일부 의원들의 불만어린 목소리가 가감없이 터져나왔다.
의원들은 "오늘 넘기면 한나라당은 비굴한 겁쟁이가 될 것"(이한성 의원), "올해 우리가 해야 할 일과 책임을 회피한다면 내년에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강용석 의원)고 하는 등 지도부가 당초 약속한 연내처리 불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원혜영 원내대표 =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입법전쟁에서 강경모드로 대여 투쟁을 벌이고 있어 취지야 국회가 싸움터가 되는데 원인을 제공하고 국정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달 18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에 앞서 홍 원내대표를 만났지만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망치와 소화기, 소화전 등이 동원된 폭력 사태를 유발하는 데 앞장서 정치권 불신만 키웠다.
지난달 29일부터 수차례 진행된 교섭단체 회담에서 자유선진당은 타협을 위해 지속적으로 중재안을 마련해 협상에 임한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조건만 내세우면서 국회가 마비된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비판 역시 당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가 어떻게 끝난다고 하더라도 원 원내대표 역시 국회 파행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오 국회의장 = 김 의장도 의장 임기 이후의 정치를 지나치게 의식해 결단을 보여주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록 민주당이 국회 의장실을 점거하기는 했지만 김 의장이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후 단 한 번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을 두고 "사태가 저절로 해결되기만을 바라는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급기야 31일에는 국회 부의장단과 여야 대표.원내대표까지 참석하는 회담을 요청했지만 한나라당 소속 이윤성 부의장이 이를 정면 비판했을 뿐 아니라 각당 대표들은 의장을 배제한 채 따로 만나 의장이 `왕따'가 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의장이 전광석화처럼 질서를 유지하는 게 입법부 수장으로서 권한이자 피해선 안 될 책무"라며 "당장 있을지 모를 야당과 좌파의 비판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한 중진 의원은 "정치를 계속 하려면 중립만 지킬 게 아니라 친정인 한나라당의 요구가 무엇인지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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