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유족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면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이중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번 명예훼손 고소 사건 이외에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구본진 부장검사)가 대통령을 퇴임하면서 봉하마을 사저로 국가기록물을 무단으로 옮겼다는 의혹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을 수개월간 피고발인 신분으로 수사 중이었기 때문이다.
애초 검찰은 이달 초까지 국가기록물 유출 사건을 마무리 짓기로 하고 방문조사에 무게를 두면서 조사 방법을 놓고 노 전 대통령 측과 조율 중이었지만 지난달 말 친형 건평씨가 수사 대상에 오르는 `돌발 변수'가 터지면서 조사 시기가 늦춰지는 상황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지난달 중순 "검찰이 방문조사키로 내부 방침을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자 즉시 "굳이 조사하겠다면 직접 출석하겠다"고 강수를 두는 바람에 검찰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사실상 검찰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해석됐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은 조사 대상이 전직 대통령인데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에 조사 방법과 시기를 결정하는 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던 터였는데 이번 남 전 사장 유족의 고소는 검찰로서는 또 하나의 큰 고민거리가 생긴 셈이다.
새 고소 사건이 아직 배당되지는 않았지만 두 사건이 전혀 다른 사안이어서 같은 수사팀으로 병합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아울러 남 전 사장 유족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고소 내용이 이미 관련 자료가 대부분 공개돼 검찰의 법리 해석만 남은 것이나 다름없어 노 전 대통령 본인에 대한 직접 조사가 없을 수도 있다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피고발인 겸 피고소인이자 전직 대통령이라는 그의 신분을 고려, 기술적으로 한 번에 두 사건 조사를 병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면서도 외부 사정으로 차일피일 조사가 늦어지고 있던 국가기록물 사건도 이번 명예훼손 고소를 계기로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1일 "통상의 사건 처리 절차대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견지를 밝혔지만 남 전 사장의 자살이 국민적 이목을 모았던 일이었던 만큼 이번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처리하는 검찰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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