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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금리 내렸지만 체감금리 '꽁꽁'

한국은행이 10월 이후 이달 11일까지 기준금리를 2.25% 포인트나 인하했지만, 은행권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시중금리 하락을 반영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차 등으로 서민 대출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며 중소기업들은 대출금리가 오히려 오르고 있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반면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하에는 발 빠른 모습을 보이면서 `나만 살고 보자'식 태도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대출금리 3년래 최저…가계 체감 못해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번 주초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지난주 초보다 연 0.10%포인트 낮은 연 5.16~6.46%로 고시했다. 최저 금리가 7%에 육박했던 10월 말보다 1.80%포인트 급락하면서 2006년 2월10일 이후 2년8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5.00~6.50%로 10월 말과 비교하면 1.92%포인트 급락하면서 최저금리가 4%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5.06~6.36%로 두 달 반 동안 1.80%포인트 떨어지면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고 외환은행은 5.55~7.33%로 같은 기간 1.32%포인트 하락했다.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급락세를 보이면서 은행권 주택대출 금리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CD금리는 3월 중순 5.17%에서 10월24일 6.18%로 치솟은 뒤 급락세로 돌아서 19일 현재 4.19%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권 주택대출 금리가 급락하고 있지만, 서민 주택대출자들은 대출금리 인하를 피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변동금리형 주택대출의 금리가 3개월 주기로 변경되기 때문에 늦으면 석 달 뒤에나 낮은 금리의 혜택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이모(42)씨는 2006년 10월 말 연 5.4%의 금리로 2억7천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초반에는 매달 120만원의 이자만 내다가, 2007년 10월 이후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고 있다.

주택대출 금리가 급락했지만, 현재 이씨의 주택대출 금리는 연 6.5%로 대출받은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씨는 지금까지 총 6천300만원의 원금을 갚았지만, 대출 금리가 뛰는 바람에 대출 이자로만 한 달에 114만원씩을 내고 있다.

이씨는 "2년 전보다 대출 원금을 20% 이상 갚았지만 이자 수준은 거의 비슷하다"며 "낮아진 대출금리가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내년 2월 초까지는 소비를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달 전 연 8%로 1년 고정금리형 주택대출을 받은 회사원 채모(38)씨는 최근의 금리 하락세가 야속하기만 하다. 1억원을 대출한 채씨는 앞으로 열 달 동안은 금리 하락의 혜택을 전혀 입지 못한 채 매달 67만원의 이자를 내야 하는 실정이다.

내년에 인하된 금리를 적용받더라도 경기침체와 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실질소득이 줄어들어 이자 부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씨가 산 아파트 가격은 매입가 대비 15% 정도 떨어졌다.

한은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민 총소득(GNI)은 전기대비 3.7% 감소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9.6%) 이후 10년6개월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중기대출 금리 하락세 `만만디'

운영자금 확보에 애를 태우는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주택담보대출처럼 100% 담보가 필요한 대출이 아니다 보니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은행들이 대출 심사기준을 강화하면서 대출금리 하락세도 굼뜨기 때문이다.

시장금리를 고려한 중소기업 대출 평균금리는 19일 현재 6.80~7.00%로 추정되고 있다.

10월 말 대비 하락폭은 0.86~1.06%포인트 수준으로 주택대출 금리 하락폭의 절반에 머물고 있으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폭 2.25%포인트와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06년말 6.40%에 비해서는 0.4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외환은행의 이번 주 초 소호.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6.40~10.97%로 최고 금리가 10%대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7%대인 주택대출 금리보다 월등히 높다.

일부 은행은 시중금리 하락에도 창구를 통한 조달금리 상승과 신용 위험도 상승 등을 핑계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어 오히려 대출 금리가 높아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대책 발표 이후 중소기업의 실질 대출금리는 평균 7.3%에서 8.7%로 1.4%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이달 5~8일 238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2.2%가 "저금리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관리 등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기피가 심하다"며 "CD 금리는 내려가고 있으나 은행의 조달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계속 올라가면서 10%를 넘고 있어 자금난에 비싼 이자까지 물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예금금리 인하에는 민감

반면 은행들은 예금금리 인하에는 발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9개월제 정기예금 영업점장 전결금리는 22일 현재 최고 연 5.10%로 10월말 에 비해 2.00%포인트 떨어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10월 초를 제외한 세차례 인하폭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민, 신한, 하나, 기업, 외환은행 등 대부분 시중은행이 10월말 이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폭에 맞춰 예금금리를 인하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크게 떨어지고 대출 금리도 하락하고 있어 예금금리를 높게 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예금 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움직임에 맡겨두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즉시 예금금리를 동반 인하하는 것은 지나친 잇속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1시간 안에 같은 폭으로 예금금리를 낮추는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는 인색한 모습"이라며 "예금금리 인상 요인에는 둔감하지만 갑자기 신용도 평가 기준이 엄격해졌다면서 대출금리를 높이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기업의 거액 자금을 유치하려면 이보다 높은 본부 승인 금리를 별도로 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영업점장의 재량을 넘어서는 금리를 줘야 할 때는 본부의 협의를 거쳐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19일 기준 1년 만기 본부승인 금리는 연 5.90%로 영업점장 전결금리보다 0.40%포인트가 높다.

시중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수십, 수백억 원에 이르는 거액 자금을 유치하려면 본부와 금리를 협의해 상당한 이자를 얹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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