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정비사업과 대운하 건설 사이에 연관이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4대강 정비는 대운하가 아니라 홍수예방과 하천환경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야당은 그런데 왜 대통령이 대운하를 포기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지 않느냐고 다그칩니다. 이 논쟁을 보도한 지난 15일 SBS 뉴스는 기술적으로만 보면 4대강 사업은 운하건설과는 다르다고 분석했습니다.
운하를 만들려면 10m 이상의 대형 보와 갑문, 인공수로와 여객·화물터미널이 필수적인데 4대강 정비 사업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배가 다니려면 6미터 이상의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강바닥을 파내는 준설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번 사업은 둔치 쪽 퇴적층을 걷어내는데 한정된다는 것이 SBS 뉴스의 보도입니다. 하지만 뉴스는 4대강 유역 정비 사업이 앞으로 대운하 건설을 쉽게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하다고 분석했습니다. SBS 뉴스의 분석은 여기서 머물렀지만, 더 중요한 것을 놓쳤습니다. 4대강 정비 사업이 정부의 주장대로 해마다 일어나고 있는 홍수와 가뭄을 극복하기위해 필수적인 사업인가, 그리고 이 사업에 투입한다는 14조 원이 강의 관리에 적절한 수준이냐, 아니면 대운하로 갈 것이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너무 많은 예산이냐 하는 점에 대한 분석입니다. 뉴스가 이와 같은 사실관계부터 분명히 하면 논란의 상당부분은 정리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4대강 정비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토목공사판을 벌이는 배경에는 건설경기를 통해 지방경제를 살리겠다는 뜻도 있습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 있는 강남 3구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일련의 정책들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플레이션 정책도 불사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뉴스는 실업사태와 인플레이션이라는 양날의 칼 앞에서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가를 추적하는 것이 좋습니다. SBS 뉴스는 지난 13일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예산이 4조 8천 6백억 원으로 올해보다 41.2% 늘어났고,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예산도 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이런 예산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지를 분석하지 않았습니다. 평년수준보다 40% 정도밖에 늘어나지 않은 일자리 관련 예산으로 엄청난 대량실업이 눈앞에 뻔히 보이는 내년의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려 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주 SBS 뉴스는 드라마보다 더 감동적인 인간승리의 사례들을 전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에 편입해서야 겨우 한글을 깨쳤다는 한 보육원 출신학생이 올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사회과학계열 수시모집에 합격했으며, 자궁암과 유방암, 우울증을 등산을 통해 이겨낸 70대와 50대의 세 여성들이 해발 6천 미터가 넘는 히말라야 빙벽에 도전했습니다. 매월 백여 가정에 쌀 한 포대씩을 2년 동안 도와주고 있는 이름 모를 독지가와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자신의 연봉을 절반 이하로 깎고 버스로 출퇴근을 하는 일본항공 사장도 SBS 뉴스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소개되었습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위해 필요한 고통분담을 기꺼이 떠안는 경영자의 사례는 지금 가장 의미 있는 뉴스입니다. 뉴스는 이런 사례가 한국에는 없는가를 추적하고, 있다면 그를 소개하며, 만일 없으면 왜 없는가를 분석하는 보도를 이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의 말들 중에는 정책방향을 짐작케 하는 의미 있는 말들도 있지만, 특별히 뉴스가 보도하지 않아도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16일 뉴스는 이 대통령이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을 올해부터 집행한다는 정부 계획이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되었으므로 이 말은 뉴스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11일 뉴스는 기술을 배우고 있는 젊은이들이 나이가 들어도 일할 수 있도록 평생 일자리 개념을 도입하는 등 국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을 보도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평생 일자리 개념과 국가 시스템의 변화가 어떻게 연관되는지 분명치 않습니다. 전후 맥락을 살려 말의 뜻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정부의 경제위기 돌파정책은 한마디로 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들어 건설경기를 살리고, 민생, 치안분야의 저소득층 보호대책으로 사회불안 요소를 해소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정책방향을 의제로 제시하고 토론을 이끌어 결론을 내고, 사회적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 지금 뉴스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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