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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어능력검증시험 '잘돼야 할텐데'

교육과학기술부가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새로운 영어능력검증시험을 개발해 오는 2012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학생들의 영어 능력 측정은 물론, 대학생 이상의 성인들을 위한 시험도 개발한다하니 한국판 토플이나 토익으로 불릴만 합니다.

새로운 영어 시험은 우선 기존 수능 영어시험과 달리 읽기, 듣기 외에 말하기와 쓰기도 측정한다고 합니다. 네가지 영역의 영어 실력을 고루 알아보겠다는 것이죠. 또 수능 영어시험은 1년에 한번만 보는 반면 새 영어시험은 1년에도 여러 차례 치러집니다. 문제은행식으로 매번 출제되는 문제의 20배에 달하는 문제 풀에서 뽑아서 시험을 구성하는 것도 수능 영어시험과는 다른 점입니다.

교과부는 3등급으로 시험을 나눠서 1등급은 대학 2~3학년 수준으로 졸업시험, 취업, 해외 유학 등에 쓰일 영어 시험으로, 2등급은 영어를 전공하거나 대단히 많이 써야 하는 학과에서 신입생에게 요구하는 영어 능력 수준으로, 3등급은 그보다는 쉬운 생활 영어 위주로 영어 사용자와 어렵지 않은 의사 소통을 하는 수준을 측정하는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토플에다 일본식 영어검증시험을 적절히 섞은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 새로운 영어 시험이 우리 영어 교육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지에 대한 교과부의 기대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지금은 수능 영어 시험에서 1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영어 과외다, 전문 학원이다, 조기유학이다 하며 사교육을 받고 있지만 새로운 영어능력검증 시험이 도입되면 적정한 수준의 등급 시험만 통과하면 더 이상 영어에 목을 맬 필요가 없게 되니까 영어에 대한 사교육 수요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동안은 대학에 진학하려는 모든 학생이 일률적인 한 잣대로 측정을 받아 실제 영어에 대한 필요 정도와 상관 없이 과잉한 공부를 하게 됐지만 이제는 수준과 성격을 달리하는 시험을 선택할 수 있어 영어에 들이는 노력의 낭비가 없으리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독해와 문법 위주의 절름발이 영어 공부에서 벗어나 실생활에서 활용되는 영어를 배우고 측정받을 수 있게 돼 실질적인 영어 실력도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러나 이 시험에 대한 각종 우려도 많습니다.

먼저 우리 공교육이 영어 말하기와 쓰기를 제대로 가르칠 역량이 되느냐는 점입니다. 유창하게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영어 선생님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수업이 말하기, 쓰기 교육을 제대로 시켜주지 않은 채 측정만 하게 된다면 '어서 사교육으로 달려가라'고 부추기는 꼴만 됩니다. 대학이 요구하는 신입생의 영어 수준과 우리 공교육이 담보할 수 있는 학생들의 영어 수준간 간극이 너무 크다면 새로운 검증 시험은 망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공교육의 현실에 맞춰 기준을 낮춰 잡으면 대학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고, 대학의 요구에 맞춰 너무 높게 기준을 제시하면 역시 사교육 부채질 역할만 할 것입니다. 또 대학들이 과연 실용적으로 요구 등급을 정할 지도 미지수입니다. 자칫 1류 대학은 무조건 1급, 2류 대학은 2급, 3류 대학은 3급 식의 교과부 의도와 무관한 선택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외에도 따지고 들면 걱정되는 바는 한도 끝도 없습니다.

교과부는 그래서인지 당초 2012년부터 수능을 대체하겠다는 대통령직 인수위 안과 달리 2012년까지 시험의 공신력과 현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충분히 검토한 뒤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고 말합니다. 뭐, 신중한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이전 취재파일에도 썼듯이 수능 등 입시제도는 손을 댈 수록 악화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진심으로 새 영어능력검증시험이 교과부의 기대대로 우리 영어 교육의 선순환을 이끌어왔으면 좋겠습니다. 교과부 바람대로만 된다면 우리의 왜곡된 영어 교육 이 치유될 중요한 전기가 될테니까요.

결국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핵심 열쇠는 우리 초, 중, 고등학교의 영어 수업이 새 영어 시험에 걸맞게 개선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따져보면 평가는 교육에 있어 마지막 단추일 뿐이니까요. 사교육의 도움 없이도 공교육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학생들의 영어 능력을 충분히 키워줄 수 있다면 새로운 영어시험은 올바른 영어 교육의 화룡점정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첫 단추부터 잘못 꿰매서 영어 공교육이 여전히 불신을 받는다면 새 영어시험은 학생들의 부담만 잔뜩 늘려놓는 애물단지가 되겠죠. 그래서 교과부 영어교육강화추진팀의 선전과 분발을 간절히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 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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