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당국이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그 자금들이 고스란히 되돌아오고 있다.
신용경색으로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고 있지만 정작 유동성은 풍부하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18일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 결과 사상 최대 규모인 41조 2천700억 원이 응찰했다"며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자금운용을 유도하기 위해 응찰 금액의 3분의 1인 13조 원만 흡수했다"라고 밝혔다.
RP 매각은 일정 기간 이후에 다시 되사는 조건으로 한은이 채권을 매각하고 시중의 자금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약 41조 원의 자금을 한은에 예치하려 했다는 의미다.
지난 11일 입찰에서도 10조 4천억 원이 응찰했으나 한은은 절반인 5조 원만 받아들였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한은으로 몰리는 것은 은행권이 기업 등 실물 부문에 자금을 대출하기보다 중앙은행에 자금을 맡겨 기준금리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의 RP 금리는 현재 기준금리인 연 3%이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에 소극적인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9월 중순 리먼 브러더스 파산신청 이후로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자금은 약 12조 원에 달한다. RP 매입으로 총 8조 원, 통화안정증권 중도 환매로 7천억 원, 총액한도대출 증액으로 2조 5천억 원, 국고채 직매입으로 1조 원을 각각 공급했다.
시중에 공급한 자금이 대부분 한은으로 역류한 셈이다.
한은 시장운영팀 임형준 차장은 "시중에 자금을 공급해도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지 않고 있다"며 "일부 금융기관들은 여유자금 이상으로 응찰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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