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전 정권에서 교육의 기회균등을 수호하는 것이 지상과제라며 설파하던 공무원이 정권의 코드가 바꼈다고 하루 아침에 수월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 '당신의 소신은 무엇입니까'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거의 대부분의 공무원이 크든, 작든 이런 형태의 '소신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그조차 불만인가 봅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나 나경원 의원 등이 계속 공무원의 개혁성 부족을 비판하고 청와대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으로 정책이 본래 취지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끊임없이 제기해오더니 급기야 소위 말해 가장 '찍혀있던' 교과부가 1급 간부 7명 전원의 사표를 받았습니다.
교과부 내부 취재 결과 아직까지 이번 사표 사태가 청와대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워낙 '찍혀 있으니까' 분위기 쇄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듯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교과부가 이런 특단의 조치를 취하도록 청와대가 분위기를 만들어간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1급 전원 사표' 카드가 나오자 '불감청이고소언'이라며 사태를 확산시키고 '고위 공무원단 물갈이' 국면으로 몰고 가는 징후도 여러개 포착됩니다.
자! 현재 정권이 추진중인 교육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것이 공무원들의 책임인지 한번 따져봅시다.
가장 최근의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수능 과목 축소 문제이겠군요. 직전 취재파일에서 상술했듯이 수능 과목을 2~3과목 축소시켜준다고 해서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수 있으며 교육현장에는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과부 공무원들은 아예 대통령 뜻을 뭉개버릴 수 없으니까 '가장 축소된 범위의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면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지 못한 책임이 책상머리에서 현실성 떨어지는 방안을 내놓은 정권에게 있나요, 부작용을 최소하는데 중점을 둔 공무원에게 있나요? 만약 꼭 필요한 개혁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런 예상되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도 내놓고 함께 추진했어야 하지 않나요?
사실 수능 과목 축소는 보기에는 선명하고 간단해보이지만 실제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육과정을 바꿔야 하는 대규모 공사가 필요한 사항입니다. 지금의 마구 잘라놓은 선택과목들을 통폐합, 정리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통섭과 융복합이라는 최근의 학문 추세에 맞춰 교육과정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합니다. 이런 본질적인 개혁을 통해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수능 과목 축소이죠. 피상적으로 두세 과목 줄이자는 것은 이미 말한대로 현재의 고교교육 파행을 심화시키자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책 입안자들의 책임을 왜 공무원들에게 뒤집어 씌웁니까?
물론 공무원 사회도 일신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물갈이를 해야겠죠. 다만 그 목적이 순수하지 않고 단순히 현재 정권 코드에 맞는 공무원을 등용해 정권 맘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취지라면 우리나라가 직업 공무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목적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정권 입장에서 공무원들은 내 손과 발입니다. 내 손, 발을 설득하지 못해 움직이게 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것입니까? 손, 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잘라 버리고 말 잘 듯는 손, 발을 가져다 붙이면 우리 사회가 지시대로 척척 잘 움직일까요? 시대적 소명과 우리 사회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짚어내 정말 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면 손, 발은 저절로 움직이고 그에 따라 모든 국민이 일사불란하게 가게 되는 것 아닐까요? 자칫 이명박 정부가 '영혼은 없지만 물의를 싫어하는 본능은 살아있는' 좀비형 공무원들조차 불만이어서 아예 로봇형 공무원들로 바꾸려고 한다는 오해를 살까 걱정돼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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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 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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