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파산했다"
짧고 간결한 메시지였다. 동시에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메시지였다. 지난 11일 오후 울린 한 통의 전화는 그렇게 한 평범한 미국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이 15일 전한 '메이도프 다단계 사기' 피해자 로버트 추(Chew) 씨의 사연이다.
평범한 미국인이었던 추 씨가 '월가의 거물'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이 운영하는 '버나드 메이도프 증권사'와 인연을 맺은 건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주택 시장 활황에 힘입어 살던 집을 매각해 수익을 낸 직후였다.
당시만 해도 추 씨는 메이도프가 어떤 인물인지, 그가 어떤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해 수익을 올리는지 알지 못했지만, 처가 식구들이 메이도프의 펀드에 투자해 수십년간 15-22%에 이르는 높은 수익률을 누렸다는 말을 듣고 투자를 결정했다.
'메이도프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내기 시작하자, 추 씨는 곧 펀드에 빠져들었다. 펀드에 가입할 때 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일상적인 경고라고 생각했다. 파산 통보를 받기 전까지 추씨는 메이도프가 약속한 '환상의 세계'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환상은 곧 깨졌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파산을 알리는 전화를 받는 아내를 보고서야 추 씨는 '올 것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메이도프 펀드'의 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을 인식했으면서도 당장의 수익률에 도취돼 그동안 펀드의 운용 원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메이도프 펀드'로 추 씨가 입은 피해는 120만 달러(약 16억 원) 정도다. 메이도프 펀드의 열렬한 팬이었던 추씨의 처가 식구들이 입은 손실은 무려 3천만 달러(약 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 금융계의 거물인 메이도프는 지난 11일 폰지 사기(Ponzi Scheme,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뒤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으로 앞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사기수법)를 벌여 투자자들에게 5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메이도프의 사기행각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전 세계 주요 은행은 물론, 유명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한 저명 인사 중에서도 다수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나 피해 규모는 앞으로도 커질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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