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2009년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 내외로 한국은행이나 국내 연구기관에 비해 높게 잡았다.
또 일자리 증가 목표를 10만개로 올해의 14만개에 비해서는 적지만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4만개에 비해 상당히 높였다.
정부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감세와 재정확대 정책, 향후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이같은 목표를 달성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의 경기 하강 추세로 볼때 좀 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정부 "올해 3.6%, 내년 3% 성장 달성"
정부는 고심 끝에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3% 내외로 책정했다. 이 역시 전망이 아니라 목표치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9월30일 당초 예산안을 발표할 때만 해도 내년 성장률을 5%로 봤지만 9월 중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의 파고가 실물경제를 뒤덮기 시작하자 거의 30년 만에 수정예산안을 짜면서 약 한달여만에 4%(3.8~4.2%)로 수정했다.
국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3% 안팎의 성장률이 예상되지만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에서 밝힌 재정지출 10조 원 확대, 3조원 추가 감세 등의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더해지면 1%포인트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러나 실물경제 침체가 가속화하고 국제기구 및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정부에 앞서 성장률을 앞다퉈 하향조정하면서 정부도 현실과 눈높이를 맞춰 정책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기 제기됐고 이에 정부는 다시 한달 반만에 내년 성장률 목표치를 3% 내외로 끌어내렸다.
육동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2% 정도로 어렵다는 인식은 (한국은행 등 타 기관들과) 같이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규제완화, 재정지출 확대 등 정책 노력이 조기에 선제적으로 시행된다면 경제를 상당히 떠받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하고 성장률를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 수출 제자리, 수입은 감소
정부는 우리 경제 전망의 기초가 되는 세계경제 성장률은 올해 3.7%에서 내년 2.2%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글로벌 경기 둔화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둔화로 당장 나타나 내년 우리경제의 수출(통관) 증가율은 0%,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 증가율은 2001년 -12.7%에서 2002년 8%로 증가세로 돌아선 뒤 2003년 19.3%, 2004년 31%, 2005년 12%, 2006년 14.4%, 2007년 14.1% 등 줄곧 두 자릿대를 유지해왔으며 올해도 14.5% 내외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원자재 가격 하락과 내수 위축으로 내년 수입 증가율은 -5%를 나타낼 것으로 보여 상품수지 흑자는 올해 120억달러 내외에서 내년 200억달러 이상으로, 서비스수지 적자는 같은 기간 150억달러 적자에서 130억달러 적자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는 올해 60억달러 적자에서 내년 100억달러 흑자로 전환한뒤 2010년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내년 유가 전망치로 배럴당 60달러 내외를 제시했다.
◇ 투자 감소…소비는 정체
우리 경제의 희망인 수출이 정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보완해야할 내수 경기의 부진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4.5%를 기록했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1% 중반으로 떨어진 뒤 내년에도 1%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실질소득 증가세가 정체된 가운데 소비는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 부담으로 인해 악화되는데다 기본적으로 소득의 근원인 일자리 사정이 쉽사리 개선되기 어렵다는 근거가 작용했다.
기업들의 사정은 더 안좋아 지난해 7.6%에 달했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0%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2%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건술투자 증가율은 정부의 적극적 재정지출 확대 및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4대강 유역 정비 등으로 인해 올해 -1%에서 내년 2% 중반으로 다소 회복할 것으로 분석됐다.
◇ 신규 일자리 목표 10만 명
내수가 부진하고 수출마저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용사정은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취업자 증가수의 경우 지난해 28만 2천명에서 올해 15만 명 수준으로 급감한 뒤 다시 내년에는 10만 명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증가폭은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7개월째 20만 명을 밑돌다가 10월(9만 7천명)과 11월(7만 8천명)에는 10만명을 하회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발표한 '2009년 경제전망'에서 취업자수 증가인원은 지난해 28만 명에서 올해 14만 명으로 절반 가량 감소하는데 이어 내년에는 4만 명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상반기에는 고용사정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취업자 수가 4만 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 "내년 3% 성장 난망"
정부가 내년 경제운용방향을 통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지만 이미 중앙은행과 민간연구기관, 국제기구, 투자은행 등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정부 목표치보다 낮은 2% 내외로 이미 낮춰 잡았으며 심지어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심심찮게 제기하고 있다.
실제 육 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3% 성장은 목표치다"고 말해 사실상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이 3% 내외를 밑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3% 내외)는 가장 최근에 발표된 한국은행(2%)이나 세계은행(2%) 보다 1%포인트 높은 것은 물론 11월 말에 제시된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인 2%와 2.7%에 비해서도 높다.
골드만삭스.JP모건.모건스탠리 등 7개 주요 해외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이 1.2%(11월30일 기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으며 특히 UBS는 -3.0%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로 했다.
국내 기관들도 비관적인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삼성증권은 이달 초 내놓은 '2009년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0.2%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국내 연구기관들인 삼성경제연구소(3.2%), KDI(3.3%), LG경제연구원(3.6%), 금융연구원(3.4%) 등은 내년 성장률을 3%대로 제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수정 전망이 10∼11월달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뀐 경제 상황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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