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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사회] ④투명경영 환기한 '삼성사건'

2008년 1월 초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출범으로 시작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는 이건희 전 회장의 기소로 이어지면서 한해 내내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특검 수사로 인해 국내 기업총수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이 전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 법정에 섰지만 주된 혐의였던 경영권 불법승계에 대해서는 항소심까지 무죄 판결이 이어졌다.

대법원 판결을 목전에 둔 '삼성사건'은 재벌그룹 총수의 경영권 승계나 차명 주식 보유와 관련해 투명경영의 필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한편 이 전 회장이 직접 법정에 나와 에버랜드 사건 등 해묵은 의혹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폭로'로 시작된 특검…이건희 기소 = 삼성그룹과 이 전 회장을 직접 겨냥해 특검 수사가 시작된 것은 한때 삼성그룹에 몸담았던 김 변호사의 '폭로'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 변호사의 폭로는 그동안 문제가 됐던 'X파일' 사건이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의혹 등과 맥이 닿아 있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고 결국 특검이 임명돼 수사가 시작됐다.

경영권 불법승계와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나뉘어 진행된 수사는 특검이 수사 착수 닷새 만에 이 전 회장 집무실과 이학수 전 부회장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공격적으로 진행됐다.

이어 삼성 본관과 이 전 회장 자택 등이 차례로 압수수색 대상이 됐고 이 전 회장과 부인 홍라희 씨, 아들 이재용 전무를 비롯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이 줄지어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삼성 의혹 수사가 정점으로 치달았다.

99일간의 숨가쁜 수사 끝에 특검은 이 전 회장과 이 전 부회장 등 삼성 핵심 임원 8명을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내놓고 13년 만에 법정에 서게 됐지만 특검은 이목이 집중됐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김 변호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내사 종결 처리해 '부실수사'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특검은 또 배임의 이득이나 포탈 세액이 천문학적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하는 '고육지책'을 택하기도 했다.

◇속전속결 재판…배임 혐의 무죄 = 법원으로 넘어온 이 전 회장 및 삼성 측은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및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에 따른 배임 혐의를 놓고 특검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이미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의혹으로 허태학·박노빈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이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어 '몸통' 격인 이 전 회장의 재판에 쏠리는 관심도 높았다.

게다가 1심 재판 과정에 재용 씨가 증인으로 나와 부자(父子)가 법정에서 만나는 보기 드문 상황도 빚어졌다.

특검법이 규정한 재판 기한을 맞춰 석 달만인 7월 중순께 이뤄진 1심 선고는 에버랜드 CB와 삼성SDS BW 사건에 각각 무죄와 면소 판결이 내려졌다.

에버랜드 CB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발행돼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삼성SDS BW의 경우 3자배정 방식이어서 회사에 손해가 나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되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재판부는 차명주식 거래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를 유죄로 보고 이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천100억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주배정이든 3자배정이든 회사에 손해가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배임죄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의 폭을 넓히고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大法 판결 목전…"의혹은 일단락 되지만…" = '삼성사건'은 대법원 판결만 남겨놓고 있다.

2000년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래 끊임없이 논란을 빚어온 에버랜드 사건을 비롯해 특검 수사로 정리된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는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대법원 판결로 일단락이 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법원도 에버랜드 사건을 무죄 판결하게 되면 이 전 회장이 에버랜드 경영진의 공범으로 기소될 게 아니라 중앙일보 등 에버랜드 법인주주의 경영진의 공범으로 기소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여전히 남게 된다.

만일 합리적 근거 없이 에버랜드 법인주주 경영진들이 CB 실권 결정을 내렸다면 해당 법인에 손해를 끼친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말 검찰이 에버랜드 사건에서 배임죄의 주체로 에버랜드 경영진을 기소해 항소심까지 유죄 판결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 전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 결과적으로는 '에버랜드 법정공방'이 본격화한 지 5년 만에 이 전 회장이 형사 책임을 벗어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배임 혐의는 무죄 판결하지만 사회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은 행위였다"고 지적한 만큼 대법원에서 무죄 부분이 유지되더라도 이 전 회장 측이 경영권 승계의 편법성에 대한 도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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