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28일 청와대.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첫 회동에서 "전임자를 잘 모시는 전통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7개월이 흐른 지난 7월16일. 대통령 기록물 반환 문제로 청와대와 옥신각신하던 노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궁색한 내 처지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을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되풀이되던 신.구(新舊) 정권의 갈등은 비단 이명박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권력을 접수한 지 10개월이 다 돼가지만, 양측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역대 정권마다 새 권력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직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거나 전임 정권의 발자취를 지우려는 시도를 해왔다.
참여정부 역시 국민의정부를 계승하고도 출범 직후 대북송금특검을 수용함으로써 박지원, 이기호씨 등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한 뿌리에서조차 이런 상황이 빚어지는 데 참여정부와 대척점에 있던 한나라당이, 그것도 10년만에 권력을 거머쥐었으니 갈등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갈등의 전주곡은 인수위 시절 울렸다. 이명박 당선인의 첫 작품이나 다름없던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청와대와 갑론을박하다 결국 이 대통령은 내각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임기 첫날을 맞는 '미완의 시작'을 감수해야 했다.
참여정부에서 임명됐던 산하 기관장 퇴진 논란이 일면서 갈등은 본격화됐다. '옛사람'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면서 '코드에 따른 숙청'이란 얘기도 나왔다.
이명박 정부 첫해를 무력화시킨 촛불시위를 촉발한 한미쇠고기 협상 책임론은 양측간 불신을 더욱 부추겼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결정은 노 전 대통령이 미국에 약속한 것으로 현 정부는 서명만 했을 뿐이라는 '설거지론'과, 4월 한미정상회담의 캠프 데이비드 숙박료였다는 '선물론'이 맞서면서 여야는 청와대와 봉하마을의 대리인이 돼 여의도 정가를 뜨겁게 달궜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 여부를 놓고도 파열음은 터져나왔다. 이 대통령은 조속한 비준을 하반기 정국의 최대 과제로 분류한 반면 노 전 대통령은 "재협상에 대비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하반기 정국의 핵이었던 쌀 직불금 파동의 중심에도 참여정부가 있었다. 정부는 참여정부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노 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은폐했다며 공세를 취했지만 참여정부 측은 혼란 방지를 위해 취한 조치였을 뿐 오히려 현 정부가 방치했다고 역공을 가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e-지원 시스템 복사본을 봉하마을로 옮겨간 이른바 국가기록물 반출 사건은 양측간 대립의 정점으로 볼 수 있다.
양측은 "절도죄"(청와대), "전직 대통령을 흠집내려는 장난을 그만두라"(노 전대통령 측)는 등의 격한 공방을 주고받았고, 급기야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 선상에까지 오르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 같은 전면 대치 양상은 갈수록 심각한 수순으로 빠져들고 있다. 참여정부 실세와 줄이 닿아있다는 조영주 KTF 사장이 뒷돈을 받은 혐의로,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씨가 세종증권 비리로 구속되면서 '부정부패'를 고리로 한 검찰의 칼날이 참여정부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까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과정에서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전격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이 칼날이 어디까지 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 정부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를 놓고도 양측은 대립적 시각을 보였다.
10.4선언 채택 1주년 기념일에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불참하면서 전 정부와의 단절을 노골화하자 노 전 대통령은 남북경색의 원인을 "10.4선언을 존중하지 않아서"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설상가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가 의도적으로 남북관계를 파탄내려 한다"고 비판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며 반격하는 등 신.구 정권 갈등은 이전 정권 간의 또 다른 갈등까지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전임 정부가 후임 정부를 불신하면서 힘을 실어주지 않고, 현 정부가 전 정부를 단절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한 신구정권 간 갈등은 매번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면서 "양측이 서로를 인정하는 상생의 문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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