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의 출범은 10년만의 정권교체와 함께 파워 엘리트의 구성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참여정부 5년을 이끈 국정의 핵심축이 운동권 출신의 이른바 '386세대'였다면 실용정부를 표방한 새 정부는 전문지식을 자랑하는 테크노크라트 성격의 '475세대'(50년대 출생해 70년대 대학을 다닌 40대 후반 이후)가 중심으로 부상했다.
아울러 평등과 분배를 중시하는 학자들이 참여정부에서 국정운영을 주도했다면 이명박정부에선 시장주의에 투철한 철저한 실용주의자들이 권력지도의 중심에 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진보 정권에서 중도.보수 정권으로의 교체는 권력의 핵심축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더욱이 새 정부 출범 초 인사파문을 시작으로 4.9 총선, 쇠고기파동, 불교계와의 갈등, 당.정.청 불협화음, 남북관계 경색에 이어 최근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등이 잇따라 강타하면서 엘리트 지형에 또 다른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국정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의 경우 지난 1년간 급격한 '권력이동'이 이뤄졌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핵심세력으로 부상한 386그룹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퇴조한 대신 중도보수 성향의 40대 교수들이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다수 진출하면서 국정운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쇠고기 파문'이 빚어지면서 4개월만에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필두로 한 1기 참모진이 전면 교체됐고 그 자리는 신임 정정길 실장과 함께 경륜과 전문성을 갖춘 50대 관료.정치인 출신들이 채웠다.
초대 수석 가운데 김병국 외교안보, 김중수 경제, 박미석 사회정책, 이주호 교육과학문화, 박재완 정무,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등이 교수 출신이었던 반면 2기 수석 가운데서는 정동기 민정, 김성환 외교안보, 박병원 경제, 강윤구 사회정책수석 등이 관료 출신이다.
이 같은 권력이동 과정에서 1,2기 참모진에 모두 서울과 영남권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편중인사 시비를 초래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초로 예상되는 청와대 조직개편에서의 권력이동은 이 대통령의 '친정체제 강화'가 화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 설정한 로드맵이 가시적인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선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포진해야 한다는 지적과 궤를 같이한다.
새 정부 출범과 거의 동시에 국회도 새로운 지형이 구축됐다. 대선 4개월여만에 실시된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 범보수 진영이 '개헌 가능' 의석에 근접하는 압승을 거둔 데 따른 변화다.
여대야소(與大野小)의 의회 구도는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17대 총선에 이어 두번째이나 의회 주도세력의 이념은 4년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역전됐다.
아울러 10년만에 여당의 자리를 탈환한 신한국당의 후신 한나라당과 제1야당으로 추락한 열린우리당의 후신 민주당 내에서도 권력 분화가 진행되면서 각 정당내 세력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한나라당의 경우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을 거치며 이른바 친이(親李), 친박(親朴)의 계파 분열이 노골화됐으며, 이 대통령의 집권 이후에는 여당내 주류로서 친이 진영의 약진과 함께 친박 진영도 주요 계파를 형성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여권 전반의 거중조정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총선 낙선과 함께 미국에서 암중모색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정두언 의원도 이상득 부의장 등과의 마찰로 뒤로 물러서 있는 상태다.
여당내 확실한 구심점이 없는 가운데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의장,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등 이른바 '신주류'가 부상했으며, 이런 와중에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권을 향해 약진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둘러싼 친박 진영의 경우 당내 비주류로서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려는 모습이나 이 대통령의 급격한 국정지지도 하락과 맞물려 '월박' '주이야박' 등 신조어가 나돌 정도로 무시못할 세를 과시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4.9 총선과 7.6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당내 계파별 부침이 엇갈리고 있다.
한때 열린우리당을 양분했던 정동영계와 김근태계가 총선에서 대거 낙선하면서 재편이 시작됐으며, 정세균 대표 체제 출범을 계기로 정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등으로 대표되는 '합리적 온건파'가 신주류로 급부상했다.
386그룹은 이인영, 오영식, 임종석, 우상호 전 의원 등 전대협 출신 '스타군단'의 낙마로 크게 위축되는 듯 했으나 살아남은 인사들이 정 대표 체제를 떠받치는 주축이 되면서 새로운 실세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친노그룹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돼 나름대로 존재감을 갖게 됐다.
내각에서는 쇠고기파동에 따른 7.7 개각으로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교체되고 한승수 국무총리가 '자원형 총리'의 한계를 벗어나 역할을 확대하는 등 꾸준히 체제를 정비하면서 제자리찾기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경제팀을 이끌어가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현 내각에 대한 비판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내년초 개각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정권 교체의 후폭풍은 정치권을 뛰어넘는다. 최근 대규모 임원 교체로 신.구 권력간 기싸움을 벌였던 공기업은 물론 교육, 법조, 문화, 노동계에서도 새로운 권력지도가 그려지고 있으며 그 파장은 기업, 금융계로 넘어가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전성기를 구가했던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의 입지가 크게 축소된 가운데 이 대통령이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와 법.질서 확립 의지를 거듭 천명하면서 노동단체들도 활동반경이 줄어들었으나 이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게 전개되고 있어 당분간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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