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과 시련의 연속'. 이명박 정부 집권 첫해를 압축할 수 있는 말이다.
10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의 정권교체를 달성한 이명박 정부는 48.7%의 대선 득표율과 530만표라는 압도적인 표차의 여세를 몰아 경제 살리기를 근저로 힘찬 출발을 예고했지만 기대와 달리 처음부터 삐걱댔고 각종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내내 흔들거렸다.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를 앞세워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대북관계 분야에서 적잖은 난맥상을 보였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조각 때부터 '강부자'(강남 땅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비판이 제기되면서 새 정부의 이미지는 추락했다. 지난 5월에는 한미쇠고기 협상 결과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촛불시위가 일어나면서 정국은 이후 3개월 가량 "무정부 상태나 다름 없다"는 혹평이 제기될 정도의 혼돈 양상을 보였다.
국민통합은 커녕 정치권과 사회 전체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극한 이념대결을 벌였고, 구심점을 상실한 여권은 당청간 불협화음을 빚으며 집권세력으로서의 한계를 노출했다.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10% 중후반까지로 급전직하하고 지나친 '군기잡기'로 공직사회마저 돌아서면서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임무 완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성찰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독단적인 스타일과 그에 따른 국민과의 '소통 부재'가 지지층의 이탈과 민심 이반을 낳게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자성, 그리고 국정 반전책 모색의 출발점은 여기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의 두 차례 대국민 사과와 청와대 수석 참모진 전원교체 및 소폭 개각은 물론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위한 각종 방안이 추진됐다.
이 대통령은 그 여세를 몰아 8.15를 기점으로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재출범을 선언했고, 이후 국정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지지도도 회복되기 시작해 현재 30% 안팎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9월 초 불거진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국내 경제를 강타하면서 새 정부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이 대통령 스스로 현 위기를 "전대미문의 위기"로 규정했을 정도다.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97년의 외환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심이 확산됐고, 정부의 안이한 초동대처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이 대통령의 신뢰에 치명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정운영 미숙과 대내외적 요인으로 수많은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성과도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전 진보정권 10년간 소원했던 한미관계를 복원한 것을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强)과의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며 정상외교의 지평을 확대했다.
미국과는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 일본과는 '성숙한 동반자 관계의 신시대 개척', 중국 및 러시아와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등으로 이전 정부에 비해 모두 한단계 진전된 관계를 구축했다.
이런 성과는 한미간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중국 및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규모 300억 달러로 확대 등의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공기업 개혁 등을 통해 공직사회에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불어넣고, '전봇대'로 상징되는 각종 불합리한 행정규제를 철폐했으며 미래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인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초를 다진 것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집권 2년차엔 정권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제살리기'와 '서민보듬기'에 올인하는 동시에 국정 장악에 가일층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무게 추가 국회와 당으로 기울어 질 수 밖에 없는 정치 현실을 감안하면 내년 1년을 잘 다져놔야 이후의 국정운영이 원활해진다는 현실인식에서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공기업 개혁과 각종 민생개혁 과제를 차질없이 진행해 나가는 한편 쇠고기 파문과 불교계와의 갈등을 겪으면서 분열된 민심을 수습하는데 전력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당.정.청 재편을 통한 전열 재정비도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시점은 내년 1, 2월로 예상되는 개각, 청와대 개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앞길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내년에도 여전히 경제가 좋지 않을 경우 이 대통령의 구상은 근본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여당내 야당으로 불리는 '친박'(親朴.친박근혜) 계파가 엄존하는 상황 등 국정운영의 암초는 도처에 널려 있다. 각종 개혁 과제도 야당 및 이해집단의 반발에 부딪혀 표류할 가능성이 있고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단절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도 정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귀영 연구실장은 "대외악재가 많기도 했지만 이 대통령의 독단적 스타일이 지지도 급락과 국정 혼란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이 대통령이 과거 진보적, 변화지향적 태도를 보이다 집권 후 정치적 측면에서 짙은 보수성향을 드러냈는데 이런 행보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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