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곡절 많은 예산처리…'잠적·설전·바이러스'

"이한구 위원장이 잠적했다."

내년도 예산 통과를 놓고 여야 회담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12일 오후, 예산 처리의 `키'를 쥔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의 연락이 끊기고 행방이 묘연해졌다면서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펄쩍 뛰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야간 원내대표 회담에 잠시 모습을 보였을 뿐 이후 7시간이 넘게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의 연락을 끊고 자취를 감췄다.

민주당은 "고의로 협상을 결렬시켜 내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겠다는 의도 아니냐"고 의심하기 시작했고, 여야 협상은 마비 상태로 빠져들었다.

이 위원장의 행방을 두고 "청와대에 들어갔다", "국회 사우나에 있다더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예산을 조율하고 있다"는 등의 추측이 나돌기도 했지만 이 위원장은 저녁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실에 태연히 나타나 예산 조율에 들어갔다.

당시 이 위원장은 국회 및 시내 모처에서 야권이 문제 삼았던 4대강 정비사업과 포항 예산, 그리고 대폭 삭감된 남북교류협력기금의 처리 방향 등을 놓고 정부 관계자와 막판 조율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 처리과정에서는 또 당내 갈등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새벽 1시 홍준표 원내대표가 이한구 위원장실로 찾아가 설전을 벌였다. 홍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처리를 위해 4대강 정비사업과 포항 예산에서 각각 500억원씩 감액해 야당의 체면을 살려주자고 했지만 이 위원장은 "예산에서 전리품을 내세우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밖에서 들릴 정도로 고성을 주고 받았으나 관련 예산은 결국 한푼도 삭감되지 않았다.

여야 합의처리 시한의 막바지에 몰려 협상과 작업을 진행되면서 곳곳에서 예기치 않은 복병이 발목을 잡기도 했다.

우선 상임위 심의과정에서는 없던 예산을 예결특위에서 포함시키려면 다시 상임위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여야는 13일 새벽 부랴부랴 정무위와 국토해양위, 행정안전위 등 관련 상임위를 소집하거나 해당 위원장의 동의를 얻어야만 했다.

또 당초 수정된 예산의 초안자료가 12일 자정께 나올 예정이었으나 세부적인 숫자가 틀려 지연됐고,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다운되면서 자료 출력도 늦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예산안 처리가 이처럼 지연되면서 일찌감치 표결불참 방침을 세운 민주당 의원들까지 '밤샘 투쟁'을 벌여야 했다.

민주당은 원래 계수조정소위에서 강행처리의 문제점을 짚고 예결위 전체회의 때는 회의장 문 앞에서 시위를 벌인 뒤 본회의장에서 반대토론후 표결에 불참한다는 전략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3일 새벽 1∼2시 정도로 예상했던 처리시점이 계속 늦어지자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처리시간도 제대로 예측 못하느냐"는 불만과 함께 "한나라당이 왜 이렇게 처리를 안하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