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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다" VS "안 좋은 얘기 못씁니다..."

지난달 크레디리요네(CLSA) 증권은 GS 건설에 대한 비관적 전망과 함께 목표 주가를 무려 3분의 1 수준까지 한꺼번에 떨어뜨렸습니다. 그날 GS건설은 하한가를 맞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하나금융지주와 LG전자, 현대, 기아차 등도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인 보고서에 줄줄이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시장은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에 정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외국계는 아무래도 국내가 아닌 외국인 투자자 관점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보니...)

'시장에 다 알려진 재료를 가지고 목표 주가를 후려친다' '너네들 무슨 꼼수 있는 것 아니냐'고.

꼼수? 소신?

외국계 증권사 '꼼수'에 대한 의심은 해묵은 것입니다. 올초에도 문제가 됐습니다.

지난 2월 초 골드만삭스는 현대중공업의 목표주가를 36%를 단번에 하향 조정했고, 다른 조선업종들의 주가도 최고 63%까지 후려쳤습니다. 몇몇 외국계 증권사들도 비슷하게 주가를 낮췄습니다. 업황이 안좋단 이유였습니다.

그러자 '외국인 대차거래 지원이다'란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주가가 낮으면 낮을 수록 대차거래에서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이 결국 이 의혹을 풀기 위해 자료를 가져다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 못해 본조사에 착수하지 않기로 결정'이었습니다.

지난 10월부터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대차거래 지원' 의혹은 줄어들었지만, 얼마전에는 JP모건과 하나금융지주가 마찰을 빚었습니다. JP모건이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분석을 중단하면서 파장이 커지자 금감원이 이번엔 'JP모건이 통계를 멋대로 사용했다'며 하나금융지주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런 논란들에 대해 외국계 증권사들은 억울하단 입장입니다. 자신들은 파이어월이 설치가 돼있기 때문에 꼼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또 국내 증권사들이 하지 못하는 '매도 의견'을 내는 소신을 비난하는게 말이 되냐고 항변합니다.

"안 좋은 얘기 못씁니다..."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한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계들이 큰손 투자자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측면도 큽니다.

증권거래소 기자실 입구에 쌓여있는 국내 증권사들의 기업 분석 리포트를 보면, '매도' 의견이 써있는 보고서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 '비중 축소'라고 둘러서 말하는 보고서가 가뭄에 콩나듯 보입니다.

또 개별 기업이나 업종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을 인터뷰할 때도 해당 업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코멘트를 하는 것에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제가 만난 애널리스트들은 '우리도 사정이 있다'고 푸념섞인 설명을 늘어놓습니다.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기업과의 관계를 들 수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자료만 가지고 책상에 앉아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기업을 찾아가고, 임직원들을 만나 인터뷰도 합니다. 이것을 기업탐방이라고 합니다.

특히 이렇게 기업 탐방을 할 때는, 자신들의 고객인(자금 굴릴 곳을 찾는) 투자자들을 데려가, 직접 미팅도 연결시켜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특히 파워가 떨어지는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한 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가는, 해당 증권사에서 아예 기업탐방을 거부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비판적인 의견을 냈을 때는, 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나 펀드매니저와의 거래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겠죠.

또 증권사 리서치센터 별로 이해관계가 작용할 수 밖에 없는 데다가, 최근에는 금감원까지 나서서,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 압박을 넣고 있습니다.

얼마전 금감원은 공개적으로 '악성 루머 단속 차원'에서 시장 루머와 함께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검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비판적인 보고서를 낸 애널리스트들은 "무슨 근거로 그렇게 썼느냐"는 금감원 전화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니 애널리스트들도 '차라리 안쓰고 만다', '안쓰는 것이 매도의견이다'라고 자조적으로 얘기합니다.(이 밖에도 '국내증권사들이 해외 네트워크가 약해 글로벌 시장 상황 반영이 늦다', '경험이 부족하다', '영어로 된 리포트 낼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국내 증권사 보고서에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나 개인투자자들도 이렇게 얘기합니다.

'매수 의견 일색인 보고서는 도움이 안된다' '수치만 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 들어서 증권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소신을 가져라", "매도 보고서를 두려워하지 말라"고요. 하지만 이 역시 해묵은 얘기입니다.

안팎으로 여건이 안되다보니, 금방 고쳐지기를 기대하긴 힘들겠죠.

그러는 사이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는 계속 증시를 흔들어 댈 것 같습니다.

 

[편집자주] 보도국 경제부의 '욱사마'로 불리는 미남 기자.  증권을 담당하는 송욱 기자는 현재 아침뉴스 '출발 모닝와이드'에서 경제뉴스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오랜 금융분야 출입 경험으로 신중하면서도 합리적인 분석과 함께 쏠쏠한 경제 정보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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