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 불황의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직장 여성들의 생활 패턴도 변하고 있다.
경제 불황의 그늘이 짙어짐에 따라 직장 여성들도 불필요한 지출은 어떻게든 줄이는 '짠순이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 "도시락 싸먹어요" = 동대문 쇼핑몰의 한 수입의류 매장에서 일하는 이모(22.여) 씨는 최근부터 도시락을 싸들고 와서 동료 직원들과 나눠 먹기 시작했다.
이 씨는 "점심때 같은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직원들과 같이 도시락을 까놓고 밥을 먹으면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 비용이 절약돼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가 도시락을 먹게 된 것은 마냥 동료들과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수다를 떨 수 있는 `낭만'을 찾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경제 불황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매장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고 자신도 언제 일자리를 잃게 될 지 모르니 지금이라도 불필요한 지출은 줄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씨는 "150만원 남짓하는 월급을 받고 일하고 있는데 매일 점심 밥값으로 나가는 돈만 줄여도 크게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동료 2명과 의기투합해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씨뿐 아니라 최근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는 실속형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팽배해진 먹거리에 대한 불신감도 한몫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매일 5천∼8천원의 점심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경제적인 이유로 도시락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일반 도시락용기와 찬합의 매출은 작년동기보다 80% 이상 올랐고 보온도시락과 보온병 매출도 10% 이상 늘어났다.
◇ "와인바에 갈 때도 와인은 싸가요" = 그나마 형편이 나은 대기업 직장 여성들도 나름대로 불황기에 맞는 생활 방식을 익혀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와인 열풍이 불면서 와인바가 직장 여성들 사이에 약속 장소 1순위로 떠올랐는데, 이런 와인바에 갈 때도 절약 정신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것.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여성 한모(31) 씨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에는 와인바를 즐겨 찾는데 최근에는 미리 대형 마트에서 1∼2만원에 구입해 놓은 와인을 싸들고 가기 시작했다.
보통 와인바에 와인을 가져가면 2∼4만원 정도 봉사료 명목으로 물리는 '코르크 차지(Cork Charge)' 가 있는데 최근 강남이나 홍대 인근의 와인바에는 이런 코르크 차지를 아예 받지 않는 곳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와인바에서 와인을 사 먹으면 한 병에 5∼6만원을 넘게 지출해야 하지만 이 비용이 빠지면 두명이 갔을 때 음식만 시켜 먹고 2∼3만원만 내면 된다고 한다.
한 씨는 "최근 와인 열풍이 불면서 와인바가 많이 생겨 경쟁이 치열해진 탓도 있지만 요즘은 외식이 줄어들면서 와인바도 장사가 잘 안되자 코르크 차지를 안 받거나 1만원만 받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직장인 신모(28) 씨도 최근 홍대 근처 레스토랑에 가서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친구와 만나 밥을 먹는데 레스토랑 인근에 있는 와인가게에서 와인을 사 와서 코르크 차지를 1만원만 냈기 때문이다.
와인가게에서 와인을 사오면 레스토랑이 코르크 차지를 1만원만 받기로 레스토랑과 와인가게가 영업제휴를 했다는 것.
신 씨는 "요즘은 회사에서 회식도 줄이고 야간 택시비 지원 등 자잘한 복지 혜택도 많이 없어졌다"며 "돈을 안 쓰는 분위기가 갈수록 퍼져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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