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연방은행총재인 티머시 가이트너가 차기 행정부의 재무장관으로 내정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21일 미국 뉴욕의 다우존스 종합지수는 6.5%나 폭등했다.
버락 오바마 당선인이 가이트너의 재무장관 내정을 공식 발표한 24일에는 다우지수는 또 4.9% 뛰었다.
8천 밑에서도 바닥을 확인하지 못하던 지수가 이틀간 11% 넘게 수직상승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씨티그룹에 대한 구제방안이 확정되는 호재도 있었지만 주가가 이처럼 급등한데는 '가이트너 효과' 이외에 다른 요인을 찾기 어렵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8천억달러 규모의 모기지.가계대출 지원방안을 발표한 25일 다우지수가 초반 상승세를 지키지 못하고 장 중반 약세로 돌아선 것은, 8천억달러의 가계지원 방안이 '가이트너 효과'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이트너 효과'의 실체는 뭘까.
미국 언론이 가이트너의 재무장관 내정 사실을 보도한 21일 이전에 이미 가이트너는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였다.
특히 그가 뉴욕연방은행총재로 금융위기 수습에 나선 중추적인 인물이기는 하지만 위기해소에 탁월한 실적을 남긴 것도 아니며, 미국의 금융위기 상황은 아직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보험회사 AIG의 구제를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결정과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방치해 금융위기를 악화시킨 실책에 가이트너의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증시가 가이트너의 재무장관 내정에 왜 이토록 환호했을까.
25일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넷판 최신호에서 오바마 당선인의 경제팀 인선 과정에 '깜짝쇼'가 없었다는데 투자자들이 크게 안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 공화당의 존 매케인 대선 후보가 열세에 처한 대선판도를 뒤집기 위해 무명과 다름없는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것과 같은 모험적인 결정은 정치무대에서는 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시장에서는 쇼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금기와 다름없다.
이미 시장이 예견했던 대로 가이트너가 재무장관에 내정됨으로써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 주가 급등을 견인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또 가이트너는 오바마 당선인과 각별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민주당과도 이렇다할 인연을 맺고 있지도 않지만 오바마가 정치적 연줄이 아니라 능력을 중시해 그를 재무장관에 내정한 것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안도하게 된 요소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지나치게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신뢰감을 흔들어 놓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가이트너는 47살의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최근 10년간 아시아와 중남미의 금융.외환위기를 다루는데 깊숙이 관여했으며, 현재 그보다 금융위기 수습의 경험이 더 많은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가이트너를 재무장관에 내정함으로써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됐다는 점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정권교체에 따른 업무 인수.인계에 한가하게 시간을 보낼 만큼 시장 상황은 간단치가 않으며, 시장참가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내년 1월20일 새 정부출범 때까지 남은 기간은 두달 정도가 아니라 몇년 정도의 긴 시간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이트너는 헨리 폴슨 현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FRB 의장 등과 호흡을 맞춰 금융구제 작업을 진두지휘해왔기 때문에 내년 1월 새 정부 출범 이후 별도의 견습 기간이 필요없다.
게다가 새 정부 출범 이전에도 차기 재무장관 내정자로서 금융위기 수습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
정권교체기에 누수 현상없이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최적의 인선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증시가 폭등세를 나타낸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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