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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환경미화원 공채는 '슈퍼우먼' 공채?

대구 수성구청 체력테스트 남녀 동일기준 적용 논란

"엄연히 체격조건이 다른데 체력테스트에서 남녀 구분없이 순위를 매기다니..."

대구의 한 구청에서 환경미화원 공채를 시행하면서 1차 체력테스트에서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여성 지원자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25일 수성구에 따르면 지난 9월 실시한 환경미화원 공채에는 17명 모집에 412명이 지원해 2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여성 지원자도 62명이나 몰렸다.

1차 테스트는 20kg의 모래자루 들고 50m 달리기.

412명 중 26위 이내로 들어와야 2차 면접을 볼 수 있지만 체력테스트를 통과한 26명 가운데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이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여자도 뽑는다고 되어 있었는데 정말 뽑으려는 마음이 있었는지, 62명의 여성 참가자들은 모두 허수아비가 아니었나'라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다른 누리꾼은 "남편과 사별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시험을 본 친구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시험인 줄 알았다면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라 말하더라"며 "이러고도 남녀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줬다고 하다니 씁쓸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 청소과 관계자는 "이번에 뽑는 인원은 음식물 쓰레기 문전 수거 등을 담당할 예정인데 이는 여성이 하기에는 위험하고 힘든 일이다"며 "여성 지원자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이유를 잘 설명했고, 나중에 필요하면 여성을 채용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반면 지난 해부터 환경미화원 공채에 여성할당제를 적용하고 있는 달서구에서는 지난 10월 치러진 공채에 340명(남성 266명, 여성 74명)이 지원해 남성 9명과 여성 3명이 선발됐다.

달서구는 앞으로 한 동에 한 명 이상의 여성미화원이 배치될 때 까지 여성미화원 수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달서구청 청소과 관계자는 "여성 특유의 꼼꼼한 성격이 환경미화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대민 업무를 볼 때도 민원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며 "전문가 자문도 구하고 지역 대학 체육학과 학생들의 도움도 받아 남녀 지원자에게 각각 적용할 체력테스트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여성 할당제는 없지만 북구에서도 고교 체력장 기준 등을 참고로 여성과 남성의 체력테스트 기준을 조정한 결과 지난 해 3명의 여성이 공채에 합격했다.

대구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 관계자는 "체력테스트에서 남성과 여성을 경쟁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업무 능력 평가는 중요하지만 `모래자루 메고 달리기 상위 26위'가 과연 환경미화 업무에 대한 적합성을 평가할 수 있을 만한 기준인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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