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1일 장중 1천5백원을 넘어섰다. 외환위기 후 최고치다.
지난 10월 30일 미국과의 통화스왑으로 1,250원까지 하락했던 환율은 한 달도 채 안 돼 다시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 됐다.
지난해 말 환율은 936원이었다.
지난 금요일 환율이 1,495원이었으니 올 들어 절하 폭이 60%나 된다.
11월이 되면 환율이 안정되리라고 예측했던 본인은 낮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다.
적정 환율이 1천원 초반대로 예상했던 삼성경제연구소도 요즘 조마조마하다.
10월부터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미국의 구제금융으로 풀리는 달러가 돌기시작하면 환율이 안정되리라던 정책 당국자들도 낮을 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환율급등으로 야기되는 불안 심리다.
한국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외평채 가산금리가 5.38%P나 되고, CDS 프리미엄은 태국과 말레이시아보다 높다.
이렇게 위험지수가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선량한 한국인조차 달러를 취고 한국을 떠나는 사태가 오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억울한 것은 우리의 외환보유고가 아직 2천1백억 달러에 달하면서도 달러 부족을 걱정한다는 것이다.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에 달러화를 빌려주고 있다는 것인데 달러 걱정을 하다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정부가 어떻게 외화수급을 관리하기에 이렇게 위기상황을 초래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선뜻 납득할 수 없다.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들어 40조 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고,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팔아 떠나고, 해외펀드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신규 달러 헤지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통화스왑을 그렇게 자랑하고, 은행에 외화지급보증을 약속했는데도, 국제시장에서 달러차입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금융당국의 대처에 큰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현재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규모는 유가증권시장에 147조 원, 코스닥에 5조 원이다.
여기에 외국인 보유 상장채권 41조 원을 더하면 외국인 보유 국내 유가증권은 193조 원이다. 현재 환율이라면 이들이 한꺼번에 떠나도 1천2백억 달러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2001년 연평균 환율이 1,250원일때 외환보유고는 1,214억 달러였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929원으로 떨어지고 외환보유고는 2,622억 달러로 불어났다.
지난 6년 동안 진행된 환율하락이 올 들어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동안 거꾸로 진행돼 원상태로 돌아가니 정신이 없다.
물론 이 근본 원인은 모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6년 동안 하락한 환율이 1년만에 다시 올랐으니 6년 동안 불어난 1천4백억달러의 외환보유고가 1년만에 다시 줄어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일까.
외환시장 개입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원론은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은 외환시장에서 바람이 한쪽으로 강하게 불면서 갈대가 휘어지고 뽑힐 위기에 있다. 정부는 보다 과감한 대책을 시행하고,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 금융기관들에게 한국의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한국을 떠나지 않도록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우리의 힘을 과시하고 과신해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는 세계 13위 경제대국이라지만 아직도 세계 금융시장에서 작고 잘 개방된 작은 국가일 뿐이다.
정부는 환율하락을 막기 위해 그동안 막대한 달러를 사들인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올들어 환율이 급등했으니 정부와 한국은행은 엄청난 평가익을 얻은 셈이다.
많은 기업들이 환차손으로 부도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 우리 모두 외환보유고의 유지에 너무 집착해 있고,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것은 아닌 지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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