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범생이'가 꼴 보기 싫었어요."(가해학생)
"왕따 당하는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요?"(검사)
21일 전주지법 3호 법정에서 열린 형사 모의재판에서는 '왕따' 친구를 폭행해 자살에 이르게 한 피고인 및 변호인 측과 검사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이번 모의재판은 전주지방법원이 마련한 것으로 수능시험을 끝낸 전주여고 3학년 학생들은 각각 가해학생과 판사, 변호사, 검사로 역할을 나눠 논쟁을 벌였다.
이날 재판은 일진고에서 재학 중인 나칠레 군이 조패리 군을 시켜 '왕따'인 허약한 군을 폭행하고 그 후유증을 앓던 허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가상의 내용을 전제로 진행됐다.
나 군은 허 군을 폭행한 것에 대해 "잘난 척하며 인사하지 않는 허약한을 조패리에게 손 봐 주라고 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게 심하게 때려 약한이가 계단에 굴러 머리를 다친 뒤 자살까지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검사는 "최근 우리 사회에는 소위 '왕따' 폭행이라고 하는 비도덕적인 행태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정체감을 형성해 나가야 할 청소년 시기에 같은 반 친구를 모범생이라는 이유로 집단적으로 따돌리고 괴롭힌 피고인들은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은 급우생, 허 군 어머니 등 증인 신문으로 이어졌으며 재판부는 나칠레 군에게 징역 3년, 조패리 군에게 징역 2년과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장은 "급우생 간의 집단 따돌림 문제를 청소년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또래 관계의 유형으로 보기에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며 "이들이 급우를 자살로 몰고 가고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변명만 늘어놓는 도덕성 상실과 가치관의 전도 현상을 볼 때 애석함을 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을 관람한 김사랑(18) 양은 "중학교 때 교내에서 왕따 현상이 심각해 피해 학생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며 "전부터 이런 모의재판이 활성화됐더라면 그 폐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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