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관행을 질타한데 이어 18일에는 기업과 가계의 빚 부담을 키우는 높은 수준의 금리를 문제삼았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채권시장안정펀드'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포함한 시중금리 인하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금리에 충분히 파급될 수 있도록 은행권에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 시중금리, 기준금리 인하 못미쳐
브라질을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인터넷 화상통신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각국이 금리 인하 경쟁을 해 0% 가까운 이자로 내려가고 있고 한국은행도 금리를 4%대까지 내렸다"며 "시중금리가 내려가야 중소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의 금리 인하에 비례해 시중금리가 내려갈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발언은 한은이 최근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내렸음에도 시중금리 인하 폭이 이에 미치지 못해 중소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여전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9일 기준금리를 5.25%에서 5.00%로 0.25% 포인트 내린 데 이어 10월27일에는 0.75%포인트를 파격 인하했다. 이달 7일에도 추가로 0.25%포인트를 내려 한달 동안 기준금리 인하 폭은 총 1.25% 포인트에 달했다.
하지만, 3개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달 9일 연 5.96%에서 이달 17일 연 5.52%로 0.44%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특히 CD 금리는 10월 하순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다 10월 24일 연 6.18%로 고점을 찍은 뒤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리고 단기 자금 시장에 1조 원을 공급하는 등 유동성 공급 조치를 취하자 하락 폭을 키웠다. 반면 3년물 회사채(AAA) 금리는 10월 9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오히려 0.95%포인트 올라 연 8.70%를 기록 중이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시장에 금리 하락의 모멘텀(계기)이 생기면 급락하다가도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이지는 못하는 것 같다"며 "자금시장 여건 개선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중기.가계 이자상환에 `허덕
CD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와 중소기업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서민 가계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9월 말 현재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34조5천559억 원에 이른다. 가계와 중소기업의 이자상환 부담이 줄지 않으면 소비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고 가뜩이나 심각한 내수 부진을 겪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CD에 연동하는 대출 금리는 시장금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으로, 은행 자체적으로 금리를 내릴 여력은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3개월 CD 금리에 통상 일정 정도의 가산금리를 더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산정한다.
국민은행의 경우 이번 주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6.35∼7.85%로 지난주보다 0.33%포인트 낮아졌지만 최근 한달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폭에는 못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 기준 연 6.36∼7.66%, 우리은행은 6.46%~7.76%, 하나은행 6.66∼7.96%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민.우리.신한.하나.SC제일은행.농협 등 6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를 대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률을 조사한 결과, 작년 말 20.2%에서 올해 6월 말 20.7%로 높아졌다. 가계의 연간 가처분소득이 1천만 원일 때 207만 원을 대출 원리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 금융위.한은, 시중금리 인하 모색
금융위는 다음주까지 채권시장안정펀드의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연기금 등의 출자로 10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회사채와 은행채, 할부금융채, 카드채, 프라이머리 채권부담보증권(CBO) 등을 인수해 기업과 금융기관의 자금난을 덜어주고 시중금리 인하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면 기업 대출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펀드 자금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한국은행과도 협의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펀드 자금 조성 문제를 한국은행과 협의 중"이라며 유동성 지원을 요청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와 은행권에서는 CD 금리를 낮추기 위해 한은이 환매조건부(RP) 거래 대상에 CD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아고 있다. 한은이 CD를 사들이면 은행들의 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금리가 떨어져 가계가 이자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일단 기준금리 인하가 시중금리 하락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도록 은행권에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한은은 지난달 말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 등을 RP 방식으로 매입해 단기자금시장에 1조 원을 공급, 당일 CD 금리를 0.08%포인트 끌어내렸다.
또 통화안정증권 중도 환매를 통해 시중에 7천억 원을 공급한데 이어 지난주에는 은행채를 8천억 원 어치 사들였다. 19일에는 국고채 시장에 1조 원을 풀 예정이다.
한은은 RP 대상에 CD를 포함하는 문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공개시장 대상에 CD를 넣으면 되기 때문에 규정상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다만 어느 상황에 어떤 수단을 사용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일단 시장에 맡기되 중앙은행이 직접 개입해야 할 단계인지 여부는 계속 주시하겠다는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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