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논술시험을 대비하는 수험생들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 시내 유명학원의 논술 특강반을 찾아가봤습니다. 입추의 여지가 없었습니다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20% 이상 줄었다는군요. 아무래도 올 정시에 주요 대학들이 논술전형을 빼버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학 입장에서는 품이 많이 들어가면서 명확한 잣대를 두기 힘들어 뒷말을 낳을 수 있는 논술전형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서울대를 비롯한 이른바 잘 나가는 대학들은 여전히 논술시험을 보는데다 수시에서는 오히려 논술이 강화된 측면도 있어 여전히 수험생들에게무시하기 어려운 전형요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참관한 일주일 논술 특강 코스 수강생들은 수능이다, 학기말 고사다 이어지는 시험으로 지쳐버린 몸을 추스리며 7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논술을 완벽하게 준비하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학력고사만 치고 나면 지옥에서 풀려났듯이 활개를 쳤던 제 입시 시절과 비교하면 안스러울 지경입니다.
그런데 논술 특강의 수업 모습을 보며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저는 논술 공부니 만큼 주어진 논제에서 핵심 주제를 잡는 법, 관련 자료를 이용해 논거를 전개해나가는 방법, 자신의 결론과 견해를 명확히 피력하는 방법 등등을 배우리라 생각했는데 수업의 80~90%가 생물이나 화학 등 과학 지식과 수학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제가 참관한 수업은 자연계 논술반이었습니다) 얼핏 봐서는 수능 준비 강의라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이유는 이렇더군요. 최근 논술시험의 유형은 단순히 학생들의 문장 구사력이나 종합적 사고력, 창의적인 문제 능력 등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과목에 걸친 통섭적인 학문적 지식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충분한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지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합니다. 특히 수학적인 풀이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진다고 합니다. 지난해 서울대 자연계열 논술의 경우 아주 어려운 수학시험을 방불케 했다는군요. 저도 지난해 기출문제와 올해 각 대학의 모의시험 문제를 살펴봤는데요, 솔직히 말해 문제 자체를 해석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제가 인문계 출신이기 때문이도 하겠습니다만 대단히 수준 높은 과학적 지식을 갖추지 못하면 문제를 이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논술 특강이 과학, 수학, 사회 과목 공부 시간이 된 것이죠.
대학들이 왜 논술시험을 이런 방향으로 몰고갈까요? 학교 선생님들은 '변별'에만 몰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종이 한장 차이라도 좀더 지식을 많이 갖춘 학생, 영어·수학을 잘하는 학생을 뽑겠다는 의욕이 앞서다보니 논술시험이 고교 교육에 미칠 영향은 안중에 없다고 꼬집습니다. 대학들은 이렇게 변명하겠죠. 수학은 논리적 사고의 기본이요, 밑바탕이며 영어적 능력은 세계화 시대에 학문적 성과를 올리기 위한 기초적인 도구라고. 따라서 이런 과목의 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의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능력은 수능에서, 내신 성적에서 충분히 검증하고 구별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논술은 그에 더불어 학생의 세계관과 학문을 대하는 태도, 습득한 지식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현실에 접목하려는지에 대한 열정, 나아가 인성까지 보는 도구로 삼으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런 덕목들도 학문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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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 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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