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이 12일 결국 구속됨에 따라 향후 대만정국에 파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타이베이(臺北)지방법원은 12일 아침 검찰이 청구한 천 전 총통에 대한 구속영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천 전 총통은 대만 역사상 전직 총통으로서 처음으로 구속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러나 천 전 총통과 야당인 민진당은 이를 '마잉주(馬英九) 정권의 정치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대만정국이 격랑속으로 말려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대만 법원 10시간 '장고' 끝 영장발부 = 타이베이지법은 10시간에 걸친 '장고' 끝에 12일 오전 7시6분께 검찰의 영장신청을 받아들여 영장을 발부했다.
특히 타이베이지법은 대만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중대사안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법원은 11일 밤 천 전 총통이 "법원으로 오던 중 머리를 가격당해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하자 영장 심사를 중단하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에 따라 천 총통은 법원과 검찰 관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대만대학교 부속병원에서 외과, 내과 등 4개 과에 걸쳐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경미한 근육이완' 증세로 판명됨에 따라 12일 새벽 0시30분께 다시 법원으로 이송돼 영장심사를 받았다.
이후 법원측은 4시간 가량 영장심사를 벌인 뒤 검찰이 제시한 천 전 총통에 대한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오전 7시6분께 영장을 발부했다.
이 과정에서 3명의 판사 가운데 1명은 천 전 총통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전 총통에게는 직위남용 수뢰, 공유재산 불법전용, '돈세탁' 등 5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특히 '돈세탁'과 관련해 천 전 총통은 최소 10억대만달러(3천만달러)를 일본, 미국, 싱가포르, 스위스 등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천수이볜 "정치탄압"…정국 회오리 = 천수이볜 전 총통은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마잉주 정권에 의한 정치탄압'으로 몰아붙이면서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을 '부정부패 스캔들'이 아니라 대만의 분리독립을 원하는 민진당과 지지자들을 억압하려는 국민당과 마잉주 정권의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천 전 총통이 검찰 청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대만 민주주의 만세" "대만 독립 만세"라고 구호를 외친 것도 자신의 구속을 '반 마잉주' '반 중국정서'와 연결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마 전 총통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민진당이 마 전 총통의 주장에 동조해 대규모 장외투쟁에 나설 경우 대만 정국은 혼미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민진당은 양안 협상창구인 중국의 천윈린(陳雲林)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을 앞둔 지난달 25일 60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반 마잉주' '반 중국' 시위를 주도한 바 있다.
민진당 원로인 커젠밍(柯建銘) 의원은 벌써부터 "마잉주 총통이 이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마 총통을 겨냥했다.
민진당과 천 전 총통을 지지하는 대만 분리론자들이 대규모 장외투쟁에 나서게 되면 대만 정국은 '친(親) 마잉주·친 중국' 세력 대 '친 천수이볜·친 대만분리' 세력이 '강 대 강'으로 대결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따라 마 총통은 천 전 총통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그가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지 정치적인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이번 사안이 정치쟁점으로 번지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천 전 총통과 민진당의 반발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상반된 관측도 있다.
국민 여론이 천 전 총통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올해 5월20일 총통에서 물러난 천 전 총통은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횡령과 뇌물수수, 해외 비자금 은닉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국민 사이에 '비리의 주범'이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천 전 총통의 구속이 여야간 격렬한 정치투쟁으로 번질지, 아니면 '정국의 걸림돌' 하나가 제거되는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홍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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