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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판결문에 나타난 '3.1운동 기개'

대법원 법원도서관은 일제 강점기인 1918∼1919년 조선총독부 고등법원(현재 대법원) 판결이 수록된 '조선고등법원 판결록' 제5권과 6권을 발간했다고 9일 밝혔다.

법원도서관은 2004년부터 '조선고등법원판결록(30권.2만여쪽)' 국역 사업에 착수해 1∼4권을 편찬했으며, 특히 6권은 1919년 3.1 만세운동 때 우리 민족의 기개를 보여주는 장면이 들어있는 다양한 판결문을 싣고 있다.

◇ 법정에서도 "대한독립" = 법정에서 대한독립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의로운 모습을 보인 사례가 판결문 곳곳에서 드러난다.

3.1운동에 참가했다가 소요 및 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인국ㆍ주종혁은 법정에서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조선민족으로서 인륜정의에 기한 의사 발동이라 범죄가 안된다"며 유죄를 선고한 1·2심이 잘못됐다고 항변했다.

이들은 "3월1일 조선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을 듣고 이미 독립이 확정된 이상축하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만세를 불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3.1운동을 했다가 징역 6월을 선고받은 안경수도 "자국의 독립에 대해 국민의 애국사상에 의해 기쁘게 축하의 만세를 부른 행위가 어떻게 보안법 위반의 범죄행위인가"라며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창운은 "작은 물건을 잃어버려도 찾으려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4천여년의 역사를 갖는 천하무쌍의 조국을 잃고 평화로운 안색을 가진 자는 누구인가. 모두 독립만세를 부를 때 어떻게 혼자 묵과할 수 있는가"라고 당당함을 보였다.

◇ 판결문에 나타난 일제 경찰의 폭력성 = 3.1 만세운동 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 행사를 판결문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모씨는 3.1운동 당시 아버지가 만세를 부르다 경찰에 체포됐고 과중한 총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갔는데 군인이 총검으로 김씨의 허리를 찔러 병원으로 이송됐었다.

박모씨는 대구 주민들의 만세운동을 구경하다가 경찰에 끌려갔는데 구타를 하는 바람에 만세를 불렀다고 거짓으로 자백해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최모씨 또한 "나는 겁이 많아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도 않는데 경찰에 끌려가 강제로 신문을 받고 유죄를 선고받았다"고 호소했었다.

◇ 법원 "만세운동은 내란죄 안돼" = 재판부는 1919년 4월1일 개성에서 만세운동을 주동한 14명에 대한 판결에서 "피고인들의 행동은 조선을 독립시킬 희망이 있음을 세상 일반에 선언하는 내용에 그쳤기에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1919년 3월2일 해주읍 천주교구실 아궁이에 독립선언서를 숨겼다가 발각된 김모씨에 대해 재판부는 "독립선언서를 은닉한 행위만으로는 보안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보안법 위반죄가 되려면 `일개 지방의 평온을 해치는 정도'의 행위가 필요하기 때문에 재판부는 강진지역에서 독립선언문을 인쇄하는 등 만세운동을 준비하다 거사 전날 체포된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만세운동 후 경찰서에 연행된 동료를 구하려 경찰서를 포위하고 협박한 사건에서 경찰에 연행된 사람이 영장 없이 구금된 상태이므로 범인탈취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선고한 판결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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